“스마트폰에서 보던 언니·오빠를 실물로” 인기 유튜버 팬미팅 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5일 17시 29분





“전주에서 새벽에 첫 차를 타고 올라왔어요. 유튜브에서 보던 오빠, 언니를 직접 보니 마음이 두근거려요.”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 2018’ 행사장. 전주새연초 천유경 양(11)은 이날만큼은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게임 마인크래프트 등으로 방송하는 도티(본명 나희선)와 다양한 실험 콘텐츠를 방영하는 허팝(허재원) 등 ‘인기 유튜버’들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천 양 어머니 김유경 씨(가명)는 “아침부터 긴 줄을 서서 기다려 겨우 입장했다”며 “요즘 아이들에게는 TV에서 나오는 연예인들보다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인기 유튜버와 팬들이 만나는 팬미팅 행사로 올해 4회째를 맞았다. 올해에는 인터넷TV(IPTV)에서 유튜브 키즈 콘텐츠를 공급하는 LG유플러스와 함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세션(키즈 페스티벌)을 별도로 마련했다. 유튜브가 어린이 전용 행사를 개최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이는 기저귀 찰 때부터 동영상을 보고 자란 ‘알파 세대’ 특성과 무관치 않다. 유년 시절부터 인터넷 환경에 노출된 ‘Z 세대’와 달리 동영상에 익숙하다. 장래희망으로 ‘1인 방송 크리에이터’를 꼽는 초등학생도 적지 않다. 뽀로로(230만 명), 도티(210만 명), 허팝(179만 명) 등 200만 명 안팎의 어린이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버들도 있다.

실제로 이날부터 25일까지 이틀 간 진행된 유튜브 팬페스트에는 7100여 명이 다녀갔다. 유튜버들의 인기는 연예인 못지않았다. 도티와 일행들이 등장하자 팬들은 직접 만든 플래카드를 연신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샌드박스네트워크(도티 소속사)가 직접 만든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유튜버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황호찬 샌드박스네트워크 콘텐츠 팀장은 “어린이나 청소년이 많이 보는 사이트나 게시판, 이들의 트위터 대화 등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들보다 더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동영상 유해성 우려가 나오지만 행사에 참석한 부모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들 명세율 군(7)을 목마 태운 채 유튜버 유라야놀자(최다은)의 사인회를 기다리던 아버지 명노민 씨(40)는 “유튜브에 연관 영상이 추천되어 자동 재생되는 기능이 있어서 아들이 유해 영상에 접근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유튜브를 활용해 부모 자식 간 소통 단절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까. 에디트 홀릭(유라야놀자 제작사) 김은반 대표는 “유튜브에는 체험, 관찰, 동물, 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들이 존재한다”며 “자녀들에게 해당 영상만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여기에서 배운 지식과 교훈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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