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계 첫 합작법인 설립 나서… 증권사들도 현지법인 덩치키우기
적극적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에 젊은 인구-年7% 성장률도 매력
국내 금융투자사들의 베트남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베트남 시장의 문을 두드려 온 대형 증권사들은 현지 법인의 덩치를 키우며 금융투자업계의 ‘신(新)남방정책’을 이끌고 있다. 자산운용사들도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분야의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베트남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베트남투자공사와 함께 현지 운용사인 ‘틴팟’을 인수해 합작 법인을 세운다고 26일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틴팟의 지분 70%를 인수하고 나머지 30%는 베트남투자공사의 자회사인 SIC가 매입하는 형태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베트남 현지에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베트남투자공사와 손잡고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에 적극 뛰어들 계획이다. 베트남투자공사는 베트남 국유 자산을 운용, 관리하는 기관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융투자사들의 베트남 진출은 현지에 사무소를 차려 한국의 자금을 베트남으로 끌어오는 방식이었다”며 “앞으로는 베트남 자금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베트남 공모펀드 시장은 7조3000억 원 규모로 아직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는 미미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7년부터 현지법인을 운용해 온 미래에셋대우와의 시너지를 통해 미국과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다양한 신규 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베트남 현지 운용사 설립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의 전진 기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내 증권사들도 베트남 시장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홍콩 등 중화권 시장에 이어 베트남이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으로 규제의 빗장이 풀린 것도 국내 금융투자사들의 사업 확대를 가속시키는 요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현지법인의 자본금을 지난해 1000억 원 수준으로 늘려 70여 개 증권사가 있는 베트남 증권업계 중 6위권으로 뛰어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초 현지합작 증권사 ‘키스(KIS)베트남’에 38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자본금을 900억 원으로 늘려 현지 7위 수준으로 덩치를 키웠다. 2009년 CBV증권의 지분 49%를 인수한 NH투자증권은 올해 초 잔여 지분을 사들여 이달 초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KB증권도 지난달 말 현지 증권사 지분을 사들여 총 자본 330억 원 규모의 ‘KBSV’를 출범시켰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들이 베트남 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베트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베트남 주가지수는 48% 급등했다. 또 풍부한 노동력과 값싼 인건비로 중국을 대체하는 투자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구 약 1억 명 중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70%에 이르고, 평균 연령은 지난해 기준 29.9세에 불과하다. 박원상 한국투자증권 KIS베트남법인장은 “2000년 이후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 이상”이라며 “젊은 인구 구성을 감안하면 베트남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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