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가상통화 비트코인의 시세가 1만 달러(약 1080만 원) 선에 안착했다. 2월 들어 한때 6000달러 선이 깨지기도 했지만, 설 연휴 동안 반등에 성공하며 15일 1만 달러를 회복했다. 이날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이더리움, 리플 등 주요 가상통화 30개 중 26개가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비트코인은 이후로도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해 사흘 뒤인 18일에는 1만1279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날 고점은 2만 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보다는 한참 못 미치지만, 이달 6일 저점보다는 90% 가까이 뛴 가격이다. 국내에서도 17일 1200만 원대를 회복한 이후 큰 하락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에서 26일 오후 2시 현재 1120만 원 선에서 횡보 중이다.
이러한 반등 랠리는 미국과 유럽의 ‘규제 신중론’과 한국 금융 당국의 전향적인 자세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벤처펀드 ‘블록체인 캐피털’의 바트 스티븐스 공동설립자는 “비트코인 랠리가 워싱턴과 서울, 두 장소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6일 상원 청문회에서 마이크 크라포 상원 금융위원장과 크리스토퍼 장칼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의장이 가상통화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취한 것이 반등의 계기로 작용했다.
국내 감독 당국도 디지털 자산 거래를 불법화하기보다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힘을 보탰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이달 14일 “정부가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가상통화 거래를 투명화하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20일 기자들과 만나 “가상통화의 정상적 거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의 전망은 대체로 밝다. 1만 달러 선을 지지해 내느냐 여부에 달린 것으로 글로벌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필립 스트라이블 RJO퓨처스 선임 시장투자전략가는 “외부 금융시장이 비트코인 가격과 맞물려 어떻게 반응할지 시험 국면에 있다”며 “비트코인이 1만 달러 선을 지지한다면, 신규 투자금 유입으로 랠리가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 상승 전망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런 프란체스키니 블록체인테크놀로지스 최고경영자(CEO)는 “사람들은 2015년 이후 몇 개월마다 그리고 매해 암호화폐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며 “현재 업계 사람들은 비트코인 사상 최고치 경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규제 당국은 강도 높은 규제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로브 조이스 백악관 사이버보안 책임자는 16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규제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1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비트코인에 대한 최고 우려는 범죄 활동에 사용되는 것뿐”이라며 규제 강경론과 거리를 뒀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3일 “ECB는 그럴 권한이 없으며 (비트코인 규제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규제 신중론이 나왔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최근 국회입법조사처 토론회에서 “가상통화공개(ICO)를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과 한국뿐이며, 심지어 중국도 최근 ICO 금지에서 한발 물러서려 하고 있다”며 “한국은 충분히 가상통화에서도 선도 국가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고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