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시한’ 26일 오후 기류 급변
협상 재개… 법정관리 문턱서 제동
채권단 “파국땐 노조 책임” 압박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의 기로에 섰던 금호타이어의 운명 결정이 하루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서 체결을 결정하는 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노사가 마지막 협상 테이블에 앉았기 때문이다.
26일 금호타이어와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자구계획안 제출 최종 시한으로 제시했던 이날 오전까지도 노사 협상은 타결되지 않았다. 이대로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로 가는 것처럼 보였다. 앞서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달 약 1조3000억 원의 채권 만기를 연말까지 연장해 주면서 26일까지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MOU)를 체결해야 한다고 밝혀 왔다. 이 MOU에는 자구안에 대한 노사 합의가 포함돼 있다.
이날 오전 한때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 추진설이 나오자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며 협상은 더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오후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노사 모두 원하지 않는 법정관리에 앞서 “마지막으로 대화를 해보자”며 오후 3시부터 협상이 재개됐다.
노조가 사측이 제시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수용할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그동안 사측은 임금 동결, 임금체계 개선 및 삭감, 임금피크제 시행 등을 통한 1400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을 요구해 왔다.
금호타이어 측은 이날 오후 노사 협상이 재개되자 “경영정상화 계획의 수용 여부를 두고 노조가 아직 입장 정리를 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이사회를 하루 늦추기로 했다. 법정관리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금호타이어의 운명 결정은 하루 늦춰진 셈이다. 노사 합의가 되면 채권단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금호타이어의 새 주인을 찾을 계획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이사회가 하루 늦춰지자 노조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채권단은 이날 오후 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채권단 측의 계속되는 고통 분담과 양해 노력에도 불구하고 MOU 기한까지 노사 합의서를 제출받지 못했다. 이런 사유로 발생하는 파국의 책임은 전적으로 노조에 있다”며 자구안에 대한 노조의 동의를 촉구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노사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끝날 때까지 기다린 뒤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법적인 하자가 없는 선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 가겠다”고 밝혔다. 당장 채권단이 정한 시한인 26일까지 노사 교섭이 타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바로 채권 만기 연장을 취소하고 회수에 들어가진 않겠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법원이 청산 결정을 내릴 경우 채권단의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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