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임기 만료 전 마지막으로 주재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마지막으로 주재하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다음 달 미국이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를 올리면 양국의 정책금리가 10년여 만에 역전된다. 이에 따라 금리 결정에 대한 한은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본부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이후 두 번째 동결 결정이다.
한은은 이날 금리를 동결한 배경에 대해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국내 경제는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소비자물가는 오름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고 한국GM 사태 등으로 고용 전망이 밝지 않은 점도 한은의 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또 앞으로의 금리 전망에 대해 “당분간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 현 수준으로 금리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금리 동결로 다음 달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10년여 만에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 21일(현지 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50∼1.75%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예상대로 금리를 올리면 2007년 8월 이후 10년 7개월 만에 한미 금리가 역전되는 것이다.
미국과의 금리가 역전될 경우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지만 한은은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외환보유액이 상당 수준이고 경상수지도 상당한 흑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외국인 채권 자금주체 중에는 장기투자 행태를 보이는 공공자금 비중이 높다”면서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당분간은 외국인 증권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올해 미국의 금리인상 횟수를 3회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인상 경로를 가늠할 수 있는 미 연준 위원들의 닷차트(점도표)를 보면 아직 3회 인상 가능성이 높은 걸로 파악된다”면서 “몇 회가 될지는 미국의 고용, 물가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최근 시장에서는 미국의 올해 금리인상 횟수가 기존 3차례가 아니고 4차례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총재는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와 미국 통상압박이 국내 경제 성장세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 총재는 “사안이 더 확대되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없고 경제주체의 심리 위축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3.0%로 상향 조정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서는 “GM 군산공장 폐쇄와 통상압박이 아직 성장률을 조정할 상황까지 이르진 않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 총재의 임기는 3월 말로 종료된다. 하지만 아직도 유력한 후임자 후보가 떠오르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이 총재가 연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한은 총재는 한국은행법과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한다. 일정을 고려하면 3월 12일까지는 후임 총재 후보자가 발표돼야 업무 공백을 막을 수 있다.
현재 새 한은 총재 후보로는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등이 거론된다. 한은법상 이 총재의 연임도 가능하지만 역대 한은 총재가 연임한 사례는 김성환 전 총재(1970∼1978년)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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