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김모 씨(35)는 퇴근길에 마트에서 산 베트남 쌀국수나 닭볶음탕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하곤 한다. 조리가 간편해 혼자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고 무엇보다 식당에서 사먹곤 하던 음식을 집에서 더 싸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혼자 살다보니 퇴근길에 외식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해 왔는데 최근 물가가 올라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산 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는 식당음식을 그대로 집에서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이 굉장히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외식비가 줄줄이 오르자 마트와 편의점, 온라인쇼핑몰에서 외식을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1일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1월 피자 매출은 전달보다 119%, 김밥은 60% 늘었다. 유통업계는 해당 음식들이 평소에도 꾸준히 인기 있는 품목이지만 외식비가 줄줄이 오른 올해 들어 매출 상승폭이 커진 것은 식당에서 사먹던 음식을 집에서 주문해 먹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대체 외식’의 주요 소비층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20, 30대 사회 초년생‘으로 보고 있다. 이들을 겨냥해 ’밀 킷(meal kit·신선한 재료로 요리 직전 상태로 포장한 상품)‘ 형태로 상품을 제작해 식당 음식과 질적 차이를 줄이고 있다. 해외 유명 음식을 자체브랜드(PB)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편의점 씨유(CU)는 2월부터 매장에서 통닭을 팔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가 파는 가격은 한 마리당 평균 1만6000원이지만 씨유는 절반(8000원) 가격에 판다. 이달부터는 치킨 한 마리를 사면 콜라를 공짜로 준다.
씨유 관계자는 “30대 이하 매출 비중이 60%가 넘을 만큼 젊은 층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며 “외식비 부담을 느끼는 2030 세대의 수요가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트는 가정간편식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레토르트 상품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신선한 재료로 구성한 밀 킷 상품을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하고 있다. 손질된 생닭과 감자, 당근, 양념장을 한 데 포장해 닭볶음탕 밀 킷으로 판매하는 식이다.
식당에 가야만 먹을 수 있던 해외 유명 식품도 속속 마트로 입성 중이다. 롯데마트는 스페인 빠에야, 일본 라멘을 자체브랜드 ’요리하다‘ 시리즈로 판매하고 있다. 또 프랑스 식품 브랜드 ’띠리에‘와 계약해 전채음식부터 메인요리, 디저트 등 코스요리를 냉동 상품으로 내놓았다.
이마트는 베트남 라면 기업과 함께 개발하고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한 쌀국수를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대만의 대표 디저트인 펑리수(파인애플잼과 버터를 넣은 과자)도 대만에서 생산해 자체브랜드인 피코크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염은미 피코크 상품개발팀장은 “베트남 쌀국수, 태국식 닭꼬치 등 동남아 식당가에서 먹을 수 있던 음식을 대형마트에서 판매하자 소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외식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식품을 선보이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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