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가정집처럼 마련된 체험공간에서 직원들이 건조기 사용 시연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가전 시장에선 찾아보기 어렵던 건조기가 올봄 웨딩 시즌 최고 인기 혼수품으로 등극했다. 빨래를 건조대에 널어 말릴 시간도 없는 바쁜 맞벌이 부부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세탁기를 돌려야 하는 아기 있는 집까지 두루두루 건조기 수요가 있어서다. 국내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조기 시장은 연간 판매량 기준으로 2016년 30만 대 규모에서 지난해 45만 대 수준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70만 대까지 성장하며 세탁기·냉장고 등 필수 가전 반열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원래 건조기는 미국과 유럽 시장이 제일 컸는데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한국 시장이 유독 빨리 규모가 커지는 데에는 최근 불어닥친 ‘미세먼지 폭탄’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예전처럼 야외 햇볕 아래 이불을 널어 말리는 게 불가능해진 데다 일상복에 미세먼지가 많이 달라붙다 보니 건조기를 찾는 소비자 층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건조기 구입을 여전히 망설이는 사람들이 가장 고민하는 점은 크게 ①전기료(에어컨처럼 전기료 폭탄을 맞지는 않을지) ②소요 시간(일반 세탁기처럼 건조하는 데에만 서너 시간씩 걸리지는 않을지) ③크기(안 그래도 좁은 집, 어디에 둘 것인가)다.
이에 대한 답을 구해 보기 위해 가정집처럼 꾸며 놓은 체험장이 있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9kg 용량의 첫 건조기 제품을 국내 시장에 내놓았다. 지난해 9월엔 인버터를 탑재한 버전을 내놨고 지난달 말 국내 최대 용량인 14kg으로 세 번째 제품을 출시했다.
원활한 실험을 위해 신누리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연구원과 송복은 전략마케팅팀 담당 등 직원들이 5kg 무게의 침대보를 갓 세탁을 마친 상태로 준비해 뒀다. 세탁기에서 탈수 후 막 꺼낸 뒤라 아직 축축했다. 건조기에 넣고 ‘표준 건조’를 누르자 예상 건조 시간으로 1시간 18분이 떴다. 송 담당은 “실제 건조 시간은 이보다 짧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넉넉히 잡은 시간이 뜨는데 건조가 진행되면서 시간이 빠르게 단축된다고 했다. 기다릴 시간이 부족할 땐 ‘스피드 옵션’을 선택해 원하는 시간만큼만 건조를 진행할 수도 있다.
건조 버튼을 누르자 ‘윙∼’ 하는 소리와 함께 세탁물이 안에서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제품 소음 수준은 62dB(데시벨)로 전작의 65dB보다 조금 더 낮다. 환경부 기준 일상 소음은 60dB이다. 다만 바지 지퍼나 단추 등은 건조 과정에서 건조기 통과 부딪쳐 딱딱거리는 소리를 낼 수 있다고는 한다.
침대보 건조 후 필터에 걸러진 생활먼지. 삼성전자 제공건조기 통이 1분에 50바퀴씩 돌지만 저진동설계가 돼 있어 세탁기만큼 진동이 있진 않다. 건조기 윗부분을 만져 보니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신 연구원은 “진동이나 소음이 크지 않기 때문에 세탁실이 비좁다면 세탁기 위에 올려놔도 된다”고 했다.
삼성전자 14kg 건조기는 기존 17kg 이상 드럼세탁기와 같은 크기다. 회사 측은 세탁기 위에 올려 2층으로 쌓아서 쓰는 방식을 권장한다. 다만 세탁기 위에 올려둘 수 없는 경우 실내에 두고 쓸 수 있는 모델도 있다. 실내용 모델에는 물 빼는 호스 대신 제습기처럼 탈수된 물을 담아두는 물받이 통이 있어 다 쓰고 난 뒤 통을 빼 물을 버리면 된다. 이원욱 전략마케팅팀 담당은 “별도 설치 과정 없이 전원 코드만 꽂아 바로 쓸 수 있기 때문에 거실이나 드레스룸에 설치하는 고객도 많다”고 했다.
전기료는 14kg 건조기에 5kg 무게를 넣고 한 번 돌릴 때 164원이 든다고 한다. 이원욱 담당은 “이불 빨래를 제외하고는 실제 14kg 용량을 꽉 채워 쓰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4kg 용량을 다 넣어 돌리면 300원 정도 나온다고 한다. 드럼세탁기 5kg 용량을 한 번 돌릴 때 전기료가 500원 안팎이니 세탁기보다 저렴한 셈이다. 신 연구원은 “이전 제품은 열선을 이용해 전기 소비량이 많았는데 최신 제품은 제습기처럼 히트펌프를 사용해 시간과 전기료를 줄여준다”고 했다.
건조기 작동을 중단하고 세탁물을 꺼내자 아주 바삭바삭한 정도는 아니어도 침대보에서 열기가 느껴지는 수준으로 건조가 돼 있었다. 먼지를 걸러주는 필터를 꺼내 보니 하얀색 먼지가 눈에 보일 정도로 껴 있었다. 이중으로 돼 있는 필터는 책처럼 펼친 뒤 흐르는 물에 헹궈 다시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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