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50편 1초만에 주고받는다

ETRI, 광통신 핵심부품 개발
초당 400GB 데이터 송수신
별도장비 교체없이 SW로 관리

국내 연구진이 초당 40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광(光)통신 핵심 부품을 개발했다. 영화 50편을 1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폭증하는 통신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고 5세대(5G) 이동통신을 실현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 왔던 광통신의 데이터 송수신 소자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400Gbps(초당 400GB)로 기존 소자(100Gbps)의 4배다. 통신 트래픽이 현재보다 4배 많아져도 송수신 소자만 교체하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광케이블 증설 없이 원활하게 광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전송 거리나 용량, 통신 품질 등을 바꾸는 것도 별도의 장비 교체 없이 사용자 요구에 맞게 소프트웨어(SW)로 관리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지난달 이 부품을 이용해 기술을 실증하는 데도 성공했다. 대전 유성구 ETRI 본원 내 4동 실험실에서 400Gbps급 데이터 신호를 생성하고,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시험용 광통신망을 통해 서울로 보냈다. 전송된 데이터는 총 510km 거리에 달하는 서울∼대전을 왕복해 다시 연구원에서 정상 수신됐다.

향후 광통신 소자 국산화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TRI는 이미 국내·외 특허출원 17건과 국내 기업 기술이전 7건을 완료했다. 3년 내로 1테라비트(Tbps)급 소자도 개발한다는 목표다. 김종회 ETRI 광통신부품연구그룹장은 “실리카, 폴리머 등 저가형 소재를 사용해 가격경쟁력도 높다. 중계기처럼 향후 트래픽 정체가 심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이달 11일부터 7일간 열리는 ‘광섬유통신(OFC) 콘퍼런스 2018’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