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 상승폭 7주연속 줄고
전세금은 42개월만에 마이너스… 분양권 거래 작년보다 70% 감소
“하락장 올수도” vs “강남은 예외”, 4월 양도세 중과가 분수령될 듯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7주 연속 줄어들면서 작년부터 본격화된 ‘부동산 랠리’가 꺾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집값 선행지표 중 하나인 전세금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 거래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 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12%로 지난주(0.21%)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은 1월 둘째 주 0.39%를 기록한 후 7주 연속 줄어들고 있다. 이번 주 상승률은 올해 들어 가장 낮다.
지역별로는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지난주 0.48%였던 송파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이번 주 0.13%로 급락했다. 강동(0.35%→0.14%)과 서초(0.15%→0.08%), 강남구(0.25%→0.18%) 역시 상승 폭이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한규헌 감정원 주택통계부 과장은 “집값 상승 진원지인 재건축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정부 규제가 먹혀들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이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파트값 선행지표인 전세금과 거래량이 꾸준히 줄고 있어서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0.06% 떨어졌다. 3주 연속 마이너스다. 서울 전세금이 떨어진 건 2014년 6월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전세금이 떨어지면 시장 투자수요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위 ‘갭투자자’들이 내놓는 매물이 늘어나 매매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아직 공식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거래량도 꾸준히 줄고 있다. 송파구 잠실골드공인중개사무소 문혜영 대표는 “두 달 전에 비해 최근 거래량이 70% 가까이 줄었다. 수요가 줄면서 거래도 뜸하다”고 했다. 분양권과 입주권 거래도 줄고 있다. 지난달 서울 분양권 거래량은 130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430건)보다 70% 줄었다. 조합원 입주권 거래량도 지난해 2월 607건에서 지난달 261건으로 떨어졌다.
집값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전세금 하락, 거래량 감소뿐만 아니라 금리 인상, 입주물량 증가와 더불어 단기간 가격이 급등한 데서 오는 피로감이 맞물리면 서울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부 갭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최근의 상황이 2010∼2013년 당시 부동산 침체기와 비슷하다며 “조만간 대(大)하락장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은 ‘불패 신화’가 계속될 것이란 의견도 여전하다. 이들이 근거로 삼는 것은 서울 지역의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과 정부 규제로 인해 오히려 ‘똘똘한 한 채’를 노리는 사람이 늘면서 강남으로 부동산 시장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큰 타격이 와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강남은 다시 살아난다’는 그동안의 학습 효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는 4월이 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이영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갭투자자를 비롯한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시중 금리 인상, 전세금 하락 등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시장 가격 추이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 팀장은 “다만 가격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하락 폭이 2010년대 초반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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