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무너진 조직은 변화와 혁신은커녕 현상 유지조차 하기 어렵다. 기술이 발달하고 경영환경 변화가 심할수록 신뢰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조직 내 신뢰는 어떻게 쌓을 수 있을까?
우선 조직에 대한 신뢰와 밀접한 공정성의 문제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간의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절차적 공정성과 분배적 공정성 중 절차적 공정성이 조직의 신뢰 구축에 큰 도움을 준다. 둘 다 중요하고 동시에 추구해야 하지만 절차적 공정성 확보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조직 내 신뢰는 다시 인지적 신뢰와 정서적 신뢰로 나눠볼 수 있다. 기업의 경영진에 대한 신뢰나 조직 리더에 대한 신뢰는 대부분 인지적 신뢰에 속한다. 직접 인격적인 관계를 맺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러 정보에 의존하는 인지적 신뢰의 경향을 띤다. 인지적 신뢰는 신뢰 대상의 특질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형성되기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기존 정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드러날 경우 그에 기반을 둔 신뢰 역시 쉽게 무너진다. 유능하고 청렴하다고 알려진 경영진이 남몰래 횡령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나아가 그를 불신하게 되는 것이 그 예다.
반면 관계에 기초한 정서적 신뢰는 정보가 수정되더라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정서적 신뢰는 신뢰 대상과의 관계에 기초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 유능했던 아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가 계속 신뢰를 유지하는 경우나 특정 종교의 교주에 대한 신도들의 신뢰를 예로 들 수 있다. 계속된 사업 실패에도 아들이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했다는 오래된 기억과 정서적 신뢰가 아들에 대한 비이성적 투자를 지속하게 하고, 자신의 교주가 사이비 교주라는 점이 드러나도 신도들은 그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는다. 조직 입장에서 보면 정서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맹목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인지적 신뢰와 적절히 결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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