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올해 4조9000억 원의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 계획과 함께 전년 대비 50% 증가한 1500명 채용 계획을 밝혔다. 연평균 15% 성장해 내년에 매출 30조 원, 2020년 매출 36조4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도 공개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사진)은 9일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서 올해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사상 최대 투자 계획을 밝혔다. 배터리, 바이오 등 집중 육성 분야를 중심으로 인재 확보에도 나선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고도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불확실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기 호전으로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덕에 국내 화학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LG화학의 지난해 매출은 25조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4% 늘었다. 매출의 약 68%를 차지하는 기초소재 부문이 성장을 견인했다.
LG화학은 ‘캐시카우’인 기초소재 부문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먹을거리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시설 투자에 전년 대비 52% 증가한 3조8000억 원, R&D에는 전년 대비 22.2% 증가한 1조1000억 원을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투자처는 기초소재 부문의 고부가 사업 관련 신·증설, 자동차전지 대형 프로젝트, 소형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기능성 필름 및 수처리 필터 사업, 고용량 양극재 제품 등 신성장동력 분야다.
LG화학이 미래 먹을거리에 대폭 투자하려는 이유는 화학기업 특성상 유가, 환율 등 외부 요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이 호황이지만 중국 업체들이 맹추격하고 있고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까지 겹쳐 불확실성 요인이 커지는 상황이다. 박 부회장은 간담회에서 “중국이 매우 걱정될 정도로 추격해오고 있고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쉽게 만들 수 있거나 대량으로 만드는 것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 만들기 어렵고 남들이 쫓아오지 못하는 분야를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가 열린 서산 대산공장에서도 고부가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한 증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LG화학은 대산공장에 4000억 원을 투자해 지난해 3월부터 국내 최대 규모의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POE)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LG화학이 외부에 POE 증설 현장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OE는 고무와 플라스틱 성질을 모두 가진 고부가 합성수지다. 세계적으로 LG화학을 비롯해 다우케미컬, 엑손모빌, 미쓰이 등 4개 업체만 생산이 가능하다. 올해 7월 증설이 끝나면 LG화학의 POE 공장은 현재 연 9만 t에서 3배 이상으로 늘어난 29만 t의 POE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대산공장에는 납사크래킹센터(NCC)도 증설되고 있다. LG화학은 고부가 제품 확대에 필요한 기초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대산공장에 2870억 원을 투자했다. 내년 상반기(1∼6월) 증설이 완료되면 대산공장 에틸렌 생산량은 기존 104만 t에서 127만 t으로 확대된다. 이는 세계 NCC 단일 공장 중 최대 생산능력이다.
LG화학은 최근 코발트 등 원재료 부족을 겪고 있는 2차전지 분야에서도 높은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2년 동안 매출 증액 목표인 약 10조 원 중 절반인 5조 원 이상을 전지 분야에서 거둘 계획이다. 다만 배터리 수익성을 좌우하는 메탈 값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에 대한 대응 방안도 모색 중이다.
박 부회장은 “메탈 공급처를 찾는 것이 요즘 저의 최대 관심사”라며 “코발트 등 원재료에 관해서는 원료를 보유한 기업들과의 협업 및 조인트벤처 설립을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하고 있고, 회사 내부적으로는 코발트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에 계약을 맺은 업체와도 공감대를 형성해 메탈 값 연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직원들의 안전한 작업환경을 위해 안전 환경 투자에도 전년 대비 100% 증가한 1400억 원을 올해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약 10억 원을 투자해 대산공장에 보호구 충격 체험, 과전류 체험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안전체험센터를 국내 석유화학업계 최초로 건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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