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천호식품 ‘천호엔케어’로 새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2일 03시 00분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창업주가 TV광고에 출연해 화제가 됐던 건강식품기업 천호식품의 2011년 이후 한동안 이어진 광고내용이다. 한때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커갔던 이 회사는 매출 급감 끝에 지난해 경영진이 바뀌었고 최근 30년 넘게 써온 회사명을 ‘천호엔케어(Chunho NCare)’로 바꾸기로 했다. 창업주의 촛불시위 비판 등 잇따른 악재가 영향을 미쳤다.

천호식품은 11일 회사명을 천호엔케어로 변경하고 앞으로 생산하는 제품에 새 사명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창립된 1984년 이후 지금껏 천호식품이라는 사명을 써왔다. 지난해 말 외부 전문 업체에 사명 변경을 의뢰했고 새 사명은 이달 주주총회를 거친 후 다음 달부터 새 제품에 적용된다.

기존 사명에서 ‘천호’라는 브랜드는 그대로 가져가지만 식품(Food) 대신 ‘엔케어(NCare)’를 넣어 건강보조제로 한정했던 사업 영역을 종합건강식품으로 확대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니셜 ‘N’은 자연(Nature), 영양(Nutrition), 다음(Next) 등의 앞 글자를 상징한다.

이 회사의 사명 변경에는 사업영역 확장 말고도 창업주이자 회사의 간판스타였던 김영식 전 회장과 완전히 결별한다는 현 경영진의 의지가 담겨 있다. 김 전 회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던 2016년 11월, 온라인 카페에 ‘뉴스가 보기 싫어졌다. 촛불시위, 데모, 옛날이야기 파헤치는 언론 등 왜 이런지 모르겠다’는 글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때 이후 천호식품의 매출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2016년 12월 허위로 원료 표기가 된 홍삼 제품을 유통한 사실이 드러나 회사는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일련의 사태에 김 전 회장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지난해 1월 회장직을 사임했다. 김 전 회장의 아들인 김지안 전 대표이사까지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천호식품 오너 일가는 창립 33년 만에 경영에서 물러났다.

2014년 777억 원에 달했던 천호식품 매출은 2016년 682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영권을 넘겨받은 최대 주주 카무르파트너스는 이승우 전 아워홈 대표이사를 지난해 7월 새 대표로 영입했다. 이 대표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아워홈을 이끈 유통업계 베테랑이다.

천호엔케어는 사명 변경을 계기로 올해부터 소비자층을 20, 30대 젊은층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인터넷 유통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제품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한다.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 매출의 2배 수준인 700억 원이다.

천호엔케어 관계자는 “올해 다이어트, 스트레스 감소 제품 등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대거 출시한다”면서 “투명 경영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신제품 출시를 통해 종합건강식품 기업으로 거듭나 2020년까지 매출을 2020억 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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