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경제의 가장 큰 화두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이다. 미국의 국채 10년물 금리가 3%에 근접하면서 가파르게 오르던 글로벌 증시는 지난달 이후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외교, 경제 정책도 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간 지속된 미국의 주가 상승 추세가 낮은 금리 덕분이라고 해석한다면 반대로 시중금리 상승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할 수도 있다. 풍부한 유동성에 기댄 증시의 호황이 끝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과연 금리 상승은 반드시 주식시장에 부정적일까. 물론 금리가 급격히 오를 때는 주가가 하락한다. 하지만 그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 이럴 때는 금리 인상의 주요 원인이 신용 경색, 인플레이션, 급격한 유동성 축소인 경우가 많다. 경기 자체가 나빠진 것이다. 금리 인상은 비용 증가로 받아들여지고 채무가 많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일수록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금리가 수익, 즉 성장률로 해석되는 경우라면 주식 시장은 반대로 움직인다. 2000년대 중반 금리 인상기에도 경기 회복 기대감에 증시는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경기가 좋을 때는 높은 이자의 대출을 감수하면서도 투자를 늘리고 사업을 확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위험이 지배하는 금리 상승은 주가 하락을 가져오지만 경기 회복 기대감이 바탕이 된 금리 상승은 주가를 오르게 만든다.
시중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와 주가수익비율(PER)의 관계는 포물선 모양을 그린다. 일정 수준 이하의 금리 상승은 PER를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과도한 금리 상승은 오히려 PER를 낮춘다. 실질금리가 너무 낮은 것도 경기가 매우 나쁘다는 의미다. 기업 성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데도 시중의 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대로 실질금리가 과도하게 높으면 자금 조달 비용이 늘기 때문에 비용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특정 시기를 제외하면 한국의 금리와 경제성장률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 왔다. 실질금리는 성장률을 대신해 사용할 수 있다. 아직 국내 실질금리는 낮은 수준이고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금리와 주가가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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