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스마트폰을 무전기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인 ‘IP-PTT’ 솔루션을 베트남 비에텔 텔레콤에 수출했다. GS25는 올해 호찌민에 1∼4호 편의점을 열었고 롯데카드는 베트남의 소비금융사를 인수해 진출했다. 경기 안성시에서 재배된 쌀도 이달 초 처음으로 베트남 수출 길에 올랐다. 총 10t, 1만7000달러(약 1800만 원)어치다.
값싼 노동력으로 한국의 ‘생산기지’로만 여겨졌던 베트남이 최근 신규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빠른 경제발전과 내수시장 확대, 외국기업들의 투자 러시로 베트남 전체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20일 한국무역협회는 “2020년경 베트남이 한국의 제2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2위인 미국을 제치고 중국 다음으로 큰 수출시장이 되는 것이다.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재계의 관심도 베트남에 쏠리고 있다.
무협 국제무역연구원은 2020년 한국과 베트남의 교역액이 1000억 달러(약 106조9100억 원)를 돌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트남은 2014년만 해도 한국에 6위 수출국에 불과했지만 2015년 일본과 싱가포르를 앞지르고 4위로, 2017년에는 홍콩을 제치고 3위로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223억5000만 달러(약 23조8900억 원)에서 477억5000만 달러(약 51조300억 원)로 뛰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에 베트남은 이제 핵심 수출시장이다. 베트남 수입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8.5%에서 지난해 22.1%로 뛰었다.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 시장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수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지 진출’로 승부를 걸었다. 주연테크는 상반기(1∼6월) 중 VR(가상현실)카페와 PC카페를 베트남에 열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베트남 운용사 틴팟을 인수해 진출했다. 롯데카드는 국내 카드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베트남의 소비금융사 지분을 100% 인수하며 올해 진출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베트남 4대 국영상업은행인 베트남산업은행(BIDV)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단순히 물자나 금융상품을 수출하는 것을 넘어 현지 시장에 장기적으로 녹아들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 잠재력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8년 1000달러(약 106만 원)를 돌파한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명목 GDP 기준)은 2014년 2000달러(약 213만 원)로 뛰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매년 100달러(약 10만 원) 이상 오르고 있다. 한국기업이 많이 진출한 호찌민, 하노이 등 대도시는 1인당 GDP가 약 5000달러(약 534만 원)에 이른다.
무협은 한국과 베트남 교역 급증의 원인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꼽았다. 양국 FTA는 2015년 12월 20일 발효됐다. 발효 전 2년과 발효 후 2년을 비교했을 때 수출은 60.5%, 수입은 61.1%가 늘었다.
젊은 인구 비중이 높은 것도 한국 기업이 관심을 갖는 요소다. 베트남 인구는 약 9200만 명으로 2025년이면 1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35세 미만이 전체의 60%로 추정된다. 이들은 1986년 경제개방 이후 유년기를 보내 인터넷에 익숙하고 해외 기업 제품을 소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 전자-유통업체들 이어 최근엔 금융권까지 진출 러시 ▼
이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의 저렴한 인건비에만 주목했다. 삼성전자가 2009년 현지에 휴대전화 공장을 짓고 LG전자가 2015년 하노이 인근에 생산단지를 조성해 휴대전화, TV, 가전 등을 생산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유통업체들은 이미 베트남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1998년 진출한 뒤 마트, 백화점 등 16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다. 신세계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베트남 시장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베트남을 방문한 뒤 내년까지 이마트를 2, 3개 더 입점시킬 수 있도록 부지를 확보하라고 사업부에 요청했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에 700억 원을 투자해 식품 종합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다.
국내 금융권도 베트남에 진출한 뒤 덩치를 키우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4월 호주 ANZ은행의 베트남 소매금융 사업부문을 인수해 베트남 내 외국계 1위 은행으로 올라섰다.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현지 법인의 자본금을 지난해 1000억 원 수준으로 늘려 70여 개 증권사가 있는 베트남 증권업계 중 6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정귀일 무협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한국의 베트남 진출이 베트남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신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기술인력 양성 등을 협력 어젠다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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