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으로서 국민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 한국감정원의 가장 큰 책무입니다. 이를 위해선 부동산 분야의 모든 정보를 한곳에 모으는 ‘통계 허브’를 구축해야 합니다.”
김학규 신임 한국감정원장(61·사진)은 15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한국감정원 서울사무소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정확한 통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감정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첫 단계로 김 원장은 지난달 26일 취임 후 가장 먼저 감정원의 전산 인프라를 강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29명(정규직 기준)인 전산 관련 인력을 확충해 아웃소싱을 줄이고 자체 작업 비율을 늘릴 계획이다. 각자 다른 곳에서 생산한 부동산 통계가 서로 호환될 수 있게 디지털화하는 작업도 추진할 생각이다. 각 부서가 필요한 인력과 업무를 담은 마스터플랜을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다음 달 조직개편을 할 예정이다.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 형평성 등 부동산 평가시장 개선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고가의 단독주택은 실거래 자료가 부족해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 비율이 낮은 편이다.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낮아 부유층에 세금이 덜 부과되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김 원장은 “고가 주택뿐 아니라 가격 공시가 안 되고 있는 상가, 오피스텔 등 비주거용 부동산을 포함해 전체적인 형평성이 제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비주거용 부동산 공시제도 도입에 대해 정부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가 주택도 표본설계를 정교화하는 방식 등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는 서울 집값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내놓은 각종 부동산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진정세에 접어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원장은 “1월부터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이 도입되는 등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감정평가 의뢰 건수가 크게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출받아 집을 사려는 투자심리가 꺾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앞으로 어디로 흘러가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부터 일정 요건을 충족한 재건축 단지의 관리처분계획 타당성을 감정원이 의무적으로 검토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부동산 시장에선)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반려되는 사례가 늘 것이란 우려가 크지만 검증의 목적은 반려가 아니라 잘못된 부분에 대한 수정과 보완에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실제로 최근 3년간 감정원이 실시한 타당성 검증 40여 건 중 반려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했다.
김 원장은 1969년 설립된 감정원 최초의 내부 출신 수장이다. 김 원장은 “30여 년간 몸담은 조직의 수장이 됐다는 게 개인적으로 영광스럽지만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만큼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그는 “내부 문화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것이 가능한 장점을 살려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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