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씨는 지난해 서울의 한 재건축아파트 분양권을 14억8000만 원에 팔면서 14억3000만 원에 거래한 것으로 허위 신고했다.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계약서상의 매매가를 5000만 원 낮춰 적는 ‘다운계약’이었다. 매수인이 이 사실을 관할 구청에 신고하면서 지난해 4월 A 씨는 4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매수인은 자진신고를 했기 때문에 과태료를 안 냈다. 일종의 ‘배신’인 셈이다.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도 집값의 2%인 약 3000만 원의 벌금을 냈다.
# B 씨는 지난해 6억1000만 원에 산 분양권을 8억9000만 원에 산 것으로 부풀려 신고했다. 나중에 아파트를 되팔 때 양도차익을 줄여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서였다. 매도인 C 씨 입장에서는 내야 할 양도세가 늘어났지만 B 씨가 양도세를 대신 내주는 조건으로 ‘업(up)계약’에 합의했다. C 씨는 이 사실이 적발돼 집값의 5%인 3072만 원을 과태료로 냈다. 자진신고를 한 B 씨는 과태료를 면제받았다.
부동산 매매가를 실제보다 줄이거나 부풀려 신고하는 행위가 1년 새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양도세를 적게 내기 위한 ‘꼼수 계약’이 늘어난 데다 정부가 집중 조사를 벌였고, 자진신고가 활성화된 때문이다.
○ 실거래가 허위신고 1년 새 갑절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부동산 실거래가 허위신고 행위 7263건을 적발해 총 385억 원의 과태료를 물렸다고 21일 밝혔다. 전년(3884건)에 비해 적발 건수가 1.9배로 늘었다. 매수인, 매도, 공인중개사 등 불법 계약에 연루돼 처벌된 사람만 1만2757명에 이른다.
정부는 신고된 계약 금액이 주변 시세보다 현저히 낮거나 높은 건을 전수조사해 이들을 적발했다. 김복환 국토부 토지정책과장은 “정부가 다운·업계약 의심사례를 지방자치단체에 알리면 지자체가 매매계약 때 작성한 자금조달계획서와 계약서를 대조하고, 매수·매도인을 면담하는 방식으로 불법 계약을 가려냈다”고 했다.
유형별로는 실제 거래금액보다 신고액을 낮추는 다운계약이 772건이었다. 매도인은 양도세를 줄이고 매수인은 취득세를 줄일 목적으로 이 같은 계약을 맺는다. 적발되면 매도인 매수인 모두에 4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실거래가와 신고가격의 차이에 따라 매매가의 2∼5%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
업계약도 391건 단속됐다. 거래 이후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 매수인이 다음 거래 때 낼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업계약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매수인은 매도인이 낼 양도세를 대신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 “자진신고하면 과태료 면제”
업·다운계약이 1년 새 크게 늘어난 첫 번째 원인은 부동산 가격 급등이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단기간에 많이 오르면서 양도세를 줄이기 위한 실거래가 허위신고가 기승을 부린 것이다. 지난해 서울 강남4구(강남 강동 서초 송파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5.14%로 전년(2.71%)보다 2.43%포인트 높았다.
자진신고를 하면 과태료를 줄여주는 ‘리니언시’ 제도가 지난해 1월 시행된 것도 단속 건수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기 이전에 허위신고 사실을 자진신고 할 경우 과태료가 면제된다. 관할 구청이 소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한 뒤에 자진신고를 하더라도 과태료 50%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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