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중에 충돌 우려가 있으면 ‘삐삐’ 하는 소리가 들린다. 승용차가 차로를 이탈할 때에도 경고음이 울린다. 이처럼 차량 안전을 위한 장치는 갈수록 진화한다. 그 변화의 중심에 모바일어플라이언스가 있다.
15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대륭테크노타운에 위치한 모바일어플라이언스 본사를 찾았다. 사무실 바로 옆 기술연구소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은 회사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재신 사장(56)은 “스마트카,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관련 솔루션과 플랫폼을 제작하고 수출하는 기업”이라고 회사를 소개했다.
모바일어플라이언스의 제품군은 크게 네 가지. 차량용 내비게이션과 차량용 블랙박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헤드업디스플레이(HUD·Head Up Display) 등이다. ADAS는 자율주행과 관련된 안전 보조 장치다. 차로이탈을 비롯해 주행 혹은 주차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을 초음파나 레이더 등을 활용한 센서로 알려준다. 향후 완전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할 부품이다. HUD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운전자 앞 유리창에 그래픽으로 표시하는 장치다.
현재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블랙박스다. 이전 블랙박스는 차량의 시동이 꺼진 후에도 작동해 배터리 소모량이 많았다. 이런 점을 개선해 차량 외부에 충격이 발생하면 센서가 이를 인식하고, 작동하는 제품들도 있다. 모바일어플라이언스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레이더를 활용한다. 차량의 시동이 꺼지면 블랙박스 전원도 꺼진다. 하지만 15m 이내에 물체가 감지되면 1초 만에 블랙박스가 작동해 녹화를 시작한다. 영상은 서버로 전송돼 저장된다. 사용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영상자료를 꺼내볼 수 있다. 녹화가 끝나면 블랙박스 전원은 다시 꺼진다. 이 사장은 “이런 방식으로 배터리 방전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며 “엄밀히 말하면 기존 블랙박스와는 다르고, 통신형 레이더 영상기록장치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 자랑했다.
모바일어플라이언스는 2004년 이 사장과 직원 3명으로 출범했다. 처음부터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글로벌 기업 공략에 공을 들였다. 2005년 독일 보쉬그룹에 내비게이션을 수출하는 데 성공한 데 이어 지멘스에도 부품을 공급했다. 이후 2008년까지 두 회사에 모두 100만 대의 내비게이션을 납품했다.
회사는 쑥쑥 성장하는 듯했지만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목을 잡았다. 삽시간에 적자를 냈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이 됐다. 하지만 굴하지 않았다. 내수시장 공략과 함께 블랙박스 수출로 돌파구를 찾았다. 최우선 타깃이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 BMW였다. 3년 동안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마침내 파트너로 인정받았다. 쟁쟁한 기업들과 경쟁해 기술 평가에서 1등을 차지한 결과다.
2014년 초 5만 대의 블랙박스를 BMW에 수출했다. 이어 아우디에도 제품을 공급했다. 이후 블랙박스 수출물량은 크게 늘어 지난해엔 15만 대를 해외에 판매했다. 독일 수출이 늘면서 기업은 살아났다. 2015년 워크아웃도 졸업했다. 지난해 매출은 545억4606만 원(당기순이익 15억3876만 원). 직원은 70여 명으로 늘었다.
이 사장은 “시작은 지금부터”라고 했다. 그동안은 수출 물량 확대보다 결함 없는 제품 개발에 주력했지만 올해부터는 결실을 수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2020년이 되면 연간 50만 대의 블랙박스를 독일에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억 달러. 그때쯤이면 국내시장에서도 50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수출시장도 확대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는 영업 사무소를 뒀고, 일본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글로벌 기업들도 우리 기술력을 인정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세계 일류 기업의 표준을 따라갈 게 아니라 세계가 우리가 만든 표준을 따르도록 하는 것, 그게 나의 궁극적인 바람입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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