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대 수익 퇴직연금, 어찌할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3일 03시 00분


작년 1.88%… 예금수준 머물러
은행권 수익률 1.6%로 ‘꼴찌’, 원리금 보장형이 92%로 많은 탓
당국, 자산관리 실태 점검하기로

직장인의 노후 보장을 위한 퇴직연금이 지난해 1%대의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다. 지난해 증시가 전례 없는 활황세를 보였지만 퇴직연금은 은행 예금 수준에 불과한 수익을 내는 데 그친 것이다. 퇴직연금이 2년 연속 1%대의 수익률을 보이면서 ‘부실 운영’ 논란이 일자 금융당국이 실태 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이 168조4000억 원, 연간 수익률은 1.88%로 집계됐다고 22일 발표했다. 2016년과 비교해 적립금은 21조4000억 원(14.6%), 수익률은 0.3%포인트 늘어났다. 수익률이 조금 높아졌지만 정기예금(2017년 말 잔액 기준 연 1.65%) 수준에 머물렀을 뿐 지난해 물가상승률(1.9%)에도 못 미친다.

유형별로 보면 확정급여(DB)형이 110조9000억 원으로 전체의 65.8%로 여전히 가장 비중이 높았다. 확정기여(DC)형, 기업형퇴직연금(IRP)은 43조3000억 원으로 25.1%를 차지했다. 금융권역별 퇴직연금 점유율은 은행(50.0%), 생명보험(23.5%), 금융투자(19.1%), 손해보험(6.4%), 근로복지공단(1.0%) 순이다. 삼성생명과 신한은행 등 상위사 6곳의 적립금이 52.5%에 달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예·적금, 보험 등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하는 비중이 91.6%(148조3000억 원)로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한 상품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1.49%로 정기예금보다 더 낮다. 차라리 은행 예금에 넣어두는 것이 낫다는 의미다. 실적배당형 운용 상품의 수익률도 6.58%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1.76%)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보수적인 채권형, 채권혼합형 집합투자증권 비중이 80%를 넘고, 주식시장 시세를 반영할 수 있는 주식형 비중이 낮은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운용을 하는 금융회사들이 수수료를 꼬박꼬박 챙기면서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교육포럼 대표는 “운용사들은 운용 손실이 발생할 경우 다수의 민원 발생을 우려해 원금보장형으로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특히 전체 적립금의 50%를 운용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의 전문성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은행권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1.6%로 금융투자사(2.54%)는 물론이고 생명보험사(1.99%), 손해보험사(1.79%)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선 지점에 전문성을 갖춘 직원을 배치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공격적인 투자를 고객에게 권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금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못 한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퇴직급여를 수령하기 시작한 24만1455명 중 연금 수령을 선택한 비중은 1.9%에 불과했다. 또 중도인출자 역시 2015년 2만8080명, 2016년 4만91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특히 주택 구입 목적(45.7%)의 중도인출이 가장 많았다. 수익률이 저조한 퇴직연금 대신 부동산 투자로 자금을 돌리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진호 금감원 연금금융실 팀장은 “운용사의 소극성과 가입자의 낮은 이해도 모두 원인이라고 본다”며 “조만간 퇴직연금 운용과 자산관리 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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