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진에어 대표 맡은 까닭은…

540여 상장기업 ‘슈퍼 주총데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3일 그룹 계열사인 진에어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최정호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 체제로 진에어를 이끈다. 진에어는 저비용항공사(LCC)로 그룹 회장이 자회사의 사내이사가 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진에어는 애경그룹 계열 제주항공에 이어 국내 2위 LCC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8884억 원, 영업이익 97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올해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 회장이 진에어의 대표가 된 건 그룹이 LCC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하고, 지주회사 회장으로서 안전 운항을 챙기고 영업이익을 내도록 지원하기 위해 (대표를) 맡았다”며 “진에어를 세계 1위 LCC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올해 최대의 ‘슈퍼 주총데이’였던 이날 전국 곳곳에서 기업별 주주총회가 열렸다. 이날 주주총회를 연 기업은 삼성전자, 한진, GS, KT, 네이버 등 국내 상장기업 540여 곳이다.

국정 농단 사건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롯데쇼핑, 롯데제과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롯데 관계자는 “주주들이 아직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신 회장의 재선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임기가 만료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이 GIO는 지난해 3월 이사회 의장직에 이어 사내이사 지위를 내려놓게 됐다. 앞으로는 GIO 역할만 맡는다. 이 GIO는 이날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이 GIO가 사내이사 지위를 포기한 것은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그를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GIO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시장 독점, 뉴스 부당 편집 등에 대해 추궁을 당했다.

삼성전자는 이상훈 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창사 후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해 운영한다. 사내 등기이사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주총엔 사상 최대 실적과 창립 이래 첫 주식 액면분할 등 ‘주가 호재’에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주주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3연임이 확정됐다. 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찬성 84.6%, 반대 15%로 가결됐다. 김 회장의 새 임기는 2021년까지로, 임기를 다 채우면 2012년부터 9년 동안 하나금융 회장을 맡게 된다. 또 사내이사였던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김병호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이날 주총에서 재선임되지 않으면서 김 회장은 1인 사내이사가 됐다.

KB금융의 노조 추천 사외이사 후보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선임 안건은 출석주식 수 대비 찬성률 4.23%로 부결됐다.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열린 DGB금융지주 주총에서 “대구은행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비자금 조성,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와 악화된 여론 때문이다. 박 회장은 “지주 회장직에 대해서도 상반기 중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GS건설은 정상명 전 검찰총장을, KT는 참여정부 출신 이강철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김대유 전 대통령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산업1·2부 / 경제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