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 11년 만에 최대…다주택자 매물 쏟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5일 18시 13분


이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11년여 만에 최대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달부터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는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뺀 나머지 주택을 서둘러 처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 활황기에 ‘갭투자(전세를 끼고 여러 채를 사들이는 방식)’가 몰렸던 잠실, 노원 등을 중심으로 가격 안정세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2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1~23일 서울시에 신고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82건으로 전달(399건)보다 20.8% 늘었다. 이는 2006년 12월(501건) 이후 11년 3개월 만에 최대치다. 지난해 같은 달(215건)에 비해서도 배 이상 많다.

지역별로는 전용면적 84㎡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강북 지역 단지들의 손바뀜이 비교적 활발했다. 대표적인 서민 주거지로 꼽히는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 지역의 이달 하루 평균 매매거래량은 74건으로 지난해 10월(19건) 이후 6개월 연속 늘었다.

노원구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45건으로 서울 25개 구 중 가장 많았다. 성북(37건) 강서(33건) 송파(28건) 강남구(27건) 등이 뒤를 이었다.

다음달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집주인들이 ‘팔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까지 잔금을 치르거나 등기를 마치지 않으면 2주택자에는 10%포인트, 3주택자는 20%포인트의 양도세가 추가된다.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기준 강화 등으로 인해 강남권의 초기 재건축 단지에서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수요자들 역시 26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앞두고 미리 내 집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DSR 적용을 받으면 대출을 받을 때 원리금 산정 대상에 기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전세대출, 자동차 할부 등 모든 대출이 포함된다.

노원구 중계동 M공인중개소 대표는 “기준금리가 1.25%였던 초저금리 기간에는 1억여 원의 자기자본만으로 2억 원대 소형 아파트를 5채 이상 사는 사람도 있었다”며 “최근 이들이 대거 매물을 내놓자 대출규제 강화 이전에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이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거래량 증가세가 일시적인 현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에는 DSR 도입과 이사철이 겹치며 매물을 소화할 만한 수요가 있었지만 규제가 본격화되는 다음달부터는 매수자들도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다주택자가 몰렸던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시세도 하락하고 있다.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0.25%로 2월 둘째 주 이후 6주 연속 상승폭이 줄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아파트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말까지 최고 14억5000만 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지금은 호가가 13억~13억5000만 원으로 떨어져 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주택 실거래가 신고를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신고된 거래의 실제 계약은 대부분 2월 말~3월 초에 이뤄졌을 것”이라며 “강남권 고가아파트 단지에서는 매물이 소진되지 않고 거래가 둔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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