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육성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리더 양성 다양한 강좌 개설해 시민들의 평생 학습 지원 이천 시민 10%가 참여하는 ‘행복 동행’ 사업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행정서비스 업그레이드
경기도 이천시의 도시 슬로건은 ‘ART’다. Active(활력 넘치는 도시), Rich (풍요로운 도시), Top(최고의 행복도시)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기름진 평야지대 구만리뜰에서 생산되는 맛과 품질이 뛰어난 쌀이 풍요로운 도시의 근간이 되고 있다면 경기도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고용률(64.6%)과 ‘행복 동행’ 사업, ‘참시민 이천행복나눔’ 운동 등을 통해 조성된 수준 높은 시민의식은 활력 넘치는 도시, 최고의 행복도시로의 비상에 날개가 되고 있다.
이천시가 이처럼 비전을 현실로 일궈가는 중심에는 조병돈(69) 시장이 있다. 조 시장은 이천농업고등학교(현 이천제일고) 졸업 후 1967년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이천시 건설도시국장, 경기도 건설계획과장·지역개발국장·건설본부 본부장, 이천 부시장 등을 거친 ‘행정의 달인’이다. 2006년 이천시장에 당선된 후에는 2차례 연임에 성공하면서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지역 주민들과 고락을 함께해왔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농업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빠르게 발전했다. 벼농사로 이름난 이천은 이런 시대의 흐름에 자칫 뒤처질 수 있었으나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도농복합 자족 도시로서의 면모를 완성했다. 여기서 한 단계 높은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조 시장은 교육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천이 살기 좋은 도시임에도 이곳에 근무하는 대기업 직원들이 자녀 교육 문제 때문에 서울이나 분당에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교육 여건이 좋아져야 이천이 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인구 35만의 명품 도시 건설’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명품 학교 육성 △글로벌 인재 육성 △교육 복지 구현 등의 사업을 시작했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원을 확대하고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각급 학교 도서관을 리모델링하고 교원 아파트를 건립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 관내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인재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 후 후배들을 위해 멘토 역할을 해준다는 점입니다. 교육을 통한 지역 발전의 선순환이 시작된 것 같아 무척 뿌듯합니다. 요즘은 교육 때문에 이천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머무르고 싶어한다는 말도 들려옵니다.”
이천시의 학구열은 비단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천시는 2016년 유네스코 글로벌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될 정도로 생애 전반에 걸쳐 배움의 여정을 이어가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15개 읍면동 별로 음악, 미술, 스포츠, 문학, 자격증, 언어, 기초학습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강좌를 개설해 시민들의 평생 학습을 지원한 덕분이다. 또한 도서관이 활성화돼 있어 도시 전체에 인문학의 분위기가 넘친다.
새로운 사회공헌 모델 ‘행복 동행’
현재 인구 22만의 이천은 따뜻한 정(情)의 도시이기도 하다. 재능과 물품 기부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을 돕는 ‘행복한 동행’ 사업을 추진한 결과다.
‘행복한 동행’은 대한민국 사회 공헌 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며 사회 공헌 활동의 새로운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조병돈 시장은 이천의 한 교회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을 2013년 시 차원으로 확대해 2만여 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운동으로 성장시켰다.
“처음엔 재능 기부로 시작했는데 다른 형태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분들도 계셔서 1인 1나눔 계좌 갖기 운동도 하게 됐습니다. 한 달에 1천원 정도 내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건데, 현재 2만 1천 명 정도가 참여해 30억원 이상의 기금이 걷혔고 저소득 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 사업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도움을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모두 행복한, 말 그대로 ‘동행(同幸)’ 사업이죠.”
행복 동행 사업과 함께 시민의식 제고를 위해 또 다른 한 축으로 전개되고 있는 ‘참시민 이천행복나눔’운동은 배려, 존중, 인성교육, 소통, 실천을 5대 핵심가치로 한다. 먼저 양보하고 서로 웃으며 인사하기,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하며 예의를 지키기, 내 집 앞과 가게 앞은 내가 가꾸고 청소하기 등 아주 기본적이면서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고자 하는 이 운동은 관 주도가 아닌 개인과 소모임, 지역단체를 중심으로 생활 속에 정착돼 이천의 도시 전체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열심히 했다, 한마디면 반세기 공직 생활 보람 될 것”
좋은 행정 서비스는 시민과의 소통에서 시작된다. 조병돈 시장은 민선 6기에 당선된 2014년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을 ‘시민 소통의 날’로 정하고 직접 민원인들을 만나 다양한 건의 사항과 현장 목소리를 듣고 시정에 반영해왔다. 지난 4년간 5백4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해결되거나 대안이 제기된 민원이 5백 건에 이른다. 나머지 사안들도 해당 부서와 협의를 거쳐 해결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처음 시민과의 대화를 시작할 때 ‘얼마나 가겠어?’라고 했던 분들이 많았는데, 벌써 4년이나 됐습니다. ‘공무원’ 하면 안타깝게도 복지부동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저는 한 사람의 공직자가 사람들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시민들의 삶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고, 좋은 정책을 알려 시민들이 더 많은 혜택을 가져가도록 할 수도 있죠.”
조병돈 시장은 오는 6월이면 51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풋풋했던 청년의 머리는 어느새 희끗한 백발로 물들었다.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이천의 발전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합니다. 시민들의 고생했다, 이 한마디면 보람을 느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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