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26일부터 도입하는 새로운 대출 규제 ‘3종 세트’는 개인의 소득으로 갚아나갈 수 있는 만큼만 대출을 허용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모든 빚의 원리금을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비롯해 자영업자 대상의 ‘소득대비대출비율(LTI)’, 부동산 임대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이자상환비율(RTI)’ 모두 대출자가 연간 벌어들이는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를 조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은행권의 대출 문턱을 높여 145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늦추고 과열된 부동산 시장까지 잡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목표다.
● 연간 갚는 원리금, 연봉 2배면 주택대출 거절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26일부터 DSR 100%를 ‘고(高)DSR’로 분류해 별도 대출 심사나 사후 관리를 강화한다. 신용대출은 DSR 150%, 부동산 담보대출은 DSR 200%로 대출 한도를 제한한다.
구체적으로 연봉 6000만 원인 직장인 A 씨의 대출 한도는 얼마나 줄어들까. A 씨는 금리 연 3.4%에 거치기간 없이 10년간 원리금을 나눠 갚은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 3억 원을 받았다. 여기에 연 금리 5%로 빌린 신용대출(4000만 원)과 매달 자동차 할부금 50만 원도 갚고 있다. A 씨의 현재 DSR은 86.2%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5173만 원(주택담보대출 3973만 원, 신용대출 600만 원, 자동차 할부금 600만 원)을 연봉으로 나눈 값이다.
A 씨가 26일 이후 800만 원 정도만 추가 대출을 받으면 DSR는 100%를 넘기 때문에 깐깐한 ‘현미경 심사’의 대상이 된다. 또 A 씨가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담보 능력과 상관없이 연봉의 200%인 1억2000만 원에서 현재 연간 원리금 상환액(5173만 원)을 뺀 6827만 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DSR는 주택담보대출은 물론이고 신용대출, 학자금대출, 자동차 할부금 등 모든 대출을 감안해 원리금 상환액을 계산하는 게 특징이다. 다만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이자만 반영하고 마이너스통장은 최대한도만큼 대출을 받은 것으로 간주해 DSR를 계산한다. 중도금, 이주비 같은 집단대출이나 보금자리론, 햇살론 등 정책성 대출상품은 DSR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은행마다 대출을 제한하는 방식에도 다소 차이가 있다. KB국민은행은 대출자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신용대출은 DSR 150%, 담보대출은 200%가 넘으면 대출을 거절한다. 우리은행은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이면서 DSR이 150%를 초과하면 신용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DSR 기준을 넘기면 본점 승인을 요구하는 등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일반 대출자의 한도가 크게 감소하지는 않겠지만 소득에 비해 부동산 담보대출이 많은 사람은 추가 대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10억 상가 대출 한도 6억→5.4억
임대사업자에게 적용되는 RTI는 연간 부동산 임대소득을 해당 임대건물의 연간 대출 이자로 나눈 비율이다. 앞으로 주택 임대업은 RTI 125%, 비주택 임대업은 150% 이상일 때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임대소득이 적을수록 대출을 끼고 건물을 사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임대사업자 B 씨가 서울에서 보증금 1억 원, 월세 300만 원인 10억 원짜리 상가 건물을 매입할 때 그동안은 시세의 60%인 6억 원까지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26일부터는 RTI가 1.5배로 제한돼 연 3.6%의 변동금리라면 최대 5억4000만 원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LTI는 자영업자의 대출금액(개인사업자 대출+가계대출)을 연간 소득(영업이익+근로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앞으로 자영업자가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대출을 받고 있는지를 감시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동안 정부가 가계대출을 규제하자 ‘풍선효과’로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2012년 355조 원이던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 말 6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자영업자가 1억 원을 초과하는 사업자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들은 LTI를 대출심사에 참고할 방침이다. LTI 자료가 쌓이면 향후 자영업자 대출을 규제하는 관리 지표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RTI, LTI는 가계대출과 자영업자 대출 간의 ‘부실 고리’를 끊기 위한 것”이라며 “연내 제2금융권에도 도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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