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있는 시몬스 논현 갤러리의 ‘매트리스 랩’에서 이 회사 연구원들이 포켓스프링을 점검하고 있다. 시몬스는 미국에서 들여온 포켓스프링 기술을
한국인의 체형과 수면 습관에 맞게 개선해 제품에 적용하고 있으며 총 1936가지 항목에서 품질을 검사한다. 시몬스 제공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포켓스프링 매트리스로 유명한 한국 시몬스가 프리미엄 침대 시장의 최강자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영국, 북유럽 등 해외 브랜드가 중심이던 최고급 침대 시장에 신규 브랜드로 출사표를 낸 지 1년 반 만에 이룬 성과다. 미국에서 개발된 포켓스프링 기술을 한국인의 체형과 수면 습관, 감성에 맞게 업그레이드한 ‘뷰티레스트 블랙’ 매트리스가 그 주인공이다.
시몬스는 2016년 7월 출시한 뷰티레스트 블랙으로 지금까지 15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아직 공식 실적 발표 전이지만, 2016년 1542억 원이었던 전체 매출이 2017년 약 1800억 원으로 늘어난 데는 이 라인의 활약이 컸다고 분석한다. 뷰티레스트 블랙의 제품당 가격은 500만 원에서 1500만 원 사이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침대로서는 최고급군에 속한다. 수익성도 좋다.
안정호 대표가 이끄는 시몬스는 1992년 설립돼 국내 침대 시장의 한 축을 이뤄왔다. 볼링공 낙하실험 광고가 대표적이다. 포켓스프링 기술에 있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도 받아왔다. 최근 들어 사회 전반적으로 ‘좋은 수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극소수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500만 원대 이상의 프리미엄 침대 시장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고, 때맞춰 출시한 뷰티레스트 블랙 라인이 히트를 친 것이다. 특히 신혼부부들의 관심이 높다.
시몬스는 하이엔드 시장에서의 성공이 우연이나 행운이 아님을 강조한다. 이미 2007년에 경기 이천에 수면연구 연구개발(R&D)센터를 열어 한국형 고급 매트리스를 개발해 왔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자평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출신으로 매트리스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는 이현자 수면연구 R&D센터장은 “시몬스가 그동안 쌓아온 매트리스 설계 노하우와 독보적인 포켓스프링 기술력, 최고급 소재를 집대성한 것이 뷰티레스트 블랙이다”라고 말했다.
○ 포스코 철강만 쓰는 이유
시몬스가 만드는 포켓스프링. 각각의 스프링을 이탈리아산 부직포 포켓에 담아 소음과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몬스 제공현재 많이 팔리는 침대 매트리스는 철제 스프링, 라텍스(고무), 메모리폼 등으로 만들어진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국산과 외국산 모두 최고급 제품은 포켓스프링만을 쓰거나 스프링과 메모리폼을 결합한 것이 많다. 라텍스나 메모리폼 소재만으로 만들어진 매트리스는 몸을 감싸주는 느낌이 좋지만 탄성과 통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수면 도중 몸을 뒤척일 때 힘이 더 들어가고 땀과 열기가 상대적으로 덜 배출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스프링 매트리스는 몸을 단단히 받쳐주는 느낌이고 신체 움직임에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시몬스 매트리스는 1925년 세계 최초로 특허를 받은 포켓스프링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어 하이엔드 시장에서 특히 유리하다는 평가다. 포켓스프링은 매트리스에 들어가는 스프링을 천으로 만든 주머니(포켓)에 하나씩 따로 담는 것이 특징이다. 각 스프링이 단독적으로 움직이므로 흔들림과 소음이 적은 것이 장점이지만 대신 제조비용이 높다. 그래서 저가 매트리스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시몬스는 고급 침대 시장이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을 때부터 매트리스 고급화에 초점을 맞춰 왔다. 미국 시몬스 침대에서 포켓스프링 기술을 들여왔지만 현재의 기술력은 이를 뛰어넘는다. 일례로 포켓스프링을 만드는 데 쓰이는 경강선재(선 모양의 철강재)는 포스코에서 만드는 전용 제품만 쓴다. 외국산 철강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탄소와 규소 등이 최적으로 배합돼 있어 내구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이유에서다.
포켓스프링은 혹독한 내구성 테스트도 거친다. 최대 140kg의 원통형 롤러를 분당 15회의 속도로 10만 번 이상 굴린다. 김성준 브랜드전략사업부 이사는 “시몬스 침대를 쓰는 서울시내 모 5성급 호텔이 최근 리모델링을 하면서 5∼7년간 사용한 매트리스를 교체했는데, 폐기된 매트리스를 가져와 절단해보니 내외부의 오염은 있었지만 스프링과 프레임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몬스는 자체 생산한 포켓스프링 매트리스에 대해 15년 무상보증을 실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가정에서보다 호텔에서 훨씬 가혹하게 매트리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정용으로 판매하는 제품은 15년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스프링의 재질뿐 아니라 가공법 역시 이 회사만의 노하우를 자랑한다. 하나의 매트리스에도 5종류의 포켓스프링이 들어가는데, 그중 척추 부분을 받치는 ‘i자 스프링’은 한국 시몬스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부품이다. 몸을 좀 더 단단하게 받쳐주기 위해 사선으로 꼬여 있는 스프링 중간에 수직으로 떨어지는 구간을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 조닝(zoning)과 레이어링(layering) 기술
이렇게 인체 하중 분포와 체형 굴곡에 따라 머리부터 발까지 5구간을 다른 종류의 포켓스프링을 배치하는 것을 시몬스는 ‘조닝’이라 부른다. 또 매트리스의 가장자리 부분 역시 몸이 침대 밖으로 굴러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좀 더 단단한 포켓스프링을 배치한다. 스프링을 감싸는 포켓은 이탈리아의 전문 업체가 만드는 특수 부직포를 사용한다. 강한 내구성을 지닌 부직포는 스프링을 보호하고 소음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심지어 부직포의 봉합선도 상단이 아니라 옆면으로 배치했다. 사소한 차이지만, 민감한 사람은 부직포의 봉합면을 침대 위에서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켓스프링 위에, 안락감을 주기 위해 50여 종의 프리미엄 내장재가 다양하게 배치된다. 이른바 ‘레이어링’ 작업이다. 조닝과 레이어링에 따라 총 60여 종의 매트리스가 구성된다. 이 기술은 고가 제품군뿐 아니라 전 제품에 적용된다. 이 센터장은 이런 제품 구성을 두고 “개개인별 서로 다른 신체 곡선과 미세한 움직임에 따라 섬세하게 반응하는 수면공학의 집약체”라며, “수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최첨단 시스템, 노하우가 응집된 결정체이므로 경쟁사가 겉모양만 유사하게 제작한다고 해서 수면의 품질까지 따라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고객 접점 늘리려 백화점 진출 타진
시몬스는 뷰티레스트 블랙 라인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고객과의 접점도 늘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서울 논현동과 부산 해운대에 마련한 플래그십 스토어와 체험관 위주로 판매가 이뤄졌지만 이달 초 수원 광교지구에 대형 스토어를 추가 개설했다. 또 백화점 매장 개설도 고려 중이다.
특히 몇몇 해외 침대 브랜드가 매출 부진으로 서울 시내 백화점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 전략마케팅을 담당하는 김 이사의 말이다. 일부 외국산 매트리스의 경우 유럽의 전통에 따라 말총 등 동물성 소재를 넣는 경우가 있는데, 유럽에 비해 여름철 기후가 덥고 습한 한국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이 늘어나면서 해외 업체들이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는 자체 정보 분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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