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girl]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김연선 총지배인 “무한 긍정과 열정, 감사가 큰 고비를 이겨낸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7일 03시 00분


[Cover Story] 계수미 기자가 만난 골든걸 커리어 멘토

“오늘도 한바탕 놀아보자. 넌 최고야!”

매일 아침 출근길, 김연선 총지배인은 자신에게 이처럼 말을 건네며 에너지를 북돋운다고 한다. 그는, 서울 강남 삼성동에 있는 인터컨티넨탈 호텔 두 곳 중 하나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지난 2013년부터 총지배인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총지배인으로 부임하면서 “직원들이 호텔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일터가 아닌 신나는 ‘놀이의 장’으로 생각하도록 이끌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걸음 더 나아가 ‘플레이 플레이 플레이(Play Play Play)’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직원들이 호텔에서 신바람을 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놀기(Play), 배우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듯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일을 뜻하는 무대(Play),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상징하는 경기(Play), 이렇게 세 가지를 가리켜요. 우선 직원이 일을 즐겨야 고객이 만족하고, 재방문으로 이어져 호텔에 수익이 나죠. 또 그것이 다시 직원에게 돌아가고요.”

30년간 한 호텔에서 경력 쌓아
김 총지배인은 호텔리어로서 남다른 이력을 가졌다. 그는 이직이 잦은 호텔업계에서 단 한번의 이직도 없이 30년간 줄곧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일했다. 그가 일찍이 호텔리어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 팝송에 빠져 영어공부에 주력했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여행사 해외영업부, 미8군 에듀케이션 센터 등에서 근무했다. 그는 인터컨티넨탈 호텔 면접 때 있었던 작은 해프닝을 하나 공개했다.

“한 임원이 제게 영어를 능통하게 하니 GRO(Guest Relations Office)에서 근무하면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당시 저는 ‘지알오’를 ‘지하로’로 잘못 듣고 지상층에서 일하면 좋겠다고 답했지요(웃음). 그만큼 호텔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없었어요.”

1988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 객실부 프론트 데스크로 입사한 그는 이곳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를 오가며 탄탄한 경력을 쌓았다. 게스트 릴레이션 오피스(GRO) 매니저, 트레이닝 매니저, 객실운영팀장, 인재육성팀장 등을 두루 경험한 것.

12년 전, 암 투병으로 얻은 게 더 많아
2006년, 한창 호텔에서 바쁘게 지내던 그에게 예기치 못한 병이 찾아왔다. 건강검진에서 암 진단을 받은 것. 그는 8개월간 수술과 항암치료를 마치고 곧바로 복직했다.

“3개월 후 몸이 지치는 걸 느껴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상사가 저를 잡아줬어요. 돌이켜보면 그때 찾아온 암이 현재 제 모습을 만들어준 것 같아요.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서 체력을 기르게 해줬거든요. 운동할 시간이 없을 땐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어요. 매일 5가지 색의 야채를 챙겨 먹고요.

제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도 커졌죠. 삶에 대한 무한 긍정과 열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새삼 깨닫게 됐고요. 큰 고비를 넘는데 무엇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었으니까요.”

김 총지배인은 요즘도 매일 토마토와 사과(빨강)를 꼭 빼놓지 않고 먹으며 아침 식사를 챙긴다. 저녁 때 먹기 위해 당근(주황), 브로콜리(녹색), 적채나 가지(보라), 양배추나 배(흰색) 등을 도시락으로 싸는 일도 잊지 않는다. 주말에는 늘 산에 오른다. 서울 근교에 만족하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녀 국내 명산은 거의 다 찾았을 정도.

항상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를 잡을 수 있어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국내 특급호텔의 여성 총지배인은 열 명이 되지 않는다. 김 총지배인은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줄까.

“항상 준비하고 있으면 발탁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무엇보다 어학 역량을 갖춰야 하고, 기획, 수익(재경)에도 관심을 두어서 사업성을 보는 눈도 키워야 하죠. 트렌드를 파악하려면 현장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고요. 여성이 가진 장점을 살리는 것도 필요해요.”

김 총지배인은 “여성의 섬세함과 관계 중심적인 특성이 호텔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보통 여직원들이 고객의 불평이나 불만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문제의 핵심을 빨리 눈치 채고 섬세하게 풀어나가는 것을 많이 보았다”고 덧붙인다.

그는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좀더 여유있게 멀리 보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말단 직원이었을 때 승진에서 누락되면 주변 사람들의 위로에 제 자신이 더 초라하게 느껴지곤 했어요. 하지만 직장생활을 해나가면서 더 단단해졌죠. 얼마 전, 함께 일했던 상사가 저보고 ‘회복탄력성이 대단히 큰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이를테면 ‘암, 너 왔니? 잘 지내보자’ 하는 마인드가 결국 힘든 상황에 굴하지 않고 이겨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1999년 서울 강남 삼성동에서 문을 열었으며,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10개의 호텔 브랜드를
운영하는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룹에 속한다.
30여년 호텔 경영 노하우를 쌓은 호텔 전문 기업
파르나스호텔(주)이 소유,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나인트리 호텔 명동,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명동,
베트남 항구도시 하이퐁에 있는 호텔형 레지던스인
선플라워 인터내셔널 빌리지 등을 소유, 운영하고 있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대표적인 비즈니스
특급호텔로 손꼽히지만 최근 가족 고객 타겟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4월 말까지 키즈 컨셉트룸을
이용할 수 있는 ‘드리밍 랜드 패키지’를 내놓고 있으며,
5월에는 키즈 라운지도 선보일 계획.

글/계수미 기자 soomee@donga.com
사진/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골든걸#김연선#코엑스#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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