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처음으로 고졸 출신 여성을 팀장(부장급)으로 승진시키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또 ‘민간 싱크탱크’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별도의 연구조직도 만들 계획이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사진)이 조직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는 재계의 평가가 나온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내부 승진인사에서 조직 역사상 첫 고졸 출신 팀장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이문영 회원사업본부 무역인증서비스팀장이다. 1982년 서울여상을 졸업한 이 팀장은 고교 졸업 전인 1981년 12월 대한상의 조사부 산업조사과에 입사해 타자를 치거나 각종 발송봉투에 주소를 기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요즘으로 치면 행정이나 경리업무다. 이후 부회장 비서실, 회원부 증명발급과, 회원서비스실, 공공사업본부 등을 거쳤다. 입사 뒤 주변과 회사의 권유로 늦게 대학공부를 시작해 1991년에 한국외국어대 서반아어과(현 스페인어과)를 졸업했다.
27일 만난 이 팀장은 “이번 승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도 “직원들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파격 인사여서 다들 놀랐다. 전적으로 박 회장의 결정”이라고 전했다.
대한상의는 경제단체 특성상 일반 민간기업보다는 다소 보수적이었다. 40여 개의 팀이 있는데 이전까지 여성 팀장은 국제본부 국제통상팀 추정화 팀장이 유일했고, 추 팀장은 2001년 대한상의로 경력 이직한 사례다. 고졸 출신 팀장은 아예 없었다.
이번에 발탁된 이 팀장은 대한상의 고졸공채 1기이다. 2000년 대한상의가 정보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약 20만 건의 기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당시 혼자 자진해서 매주 주6일 근무를 했을 정도로 일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학벌, 성별에 관계없이 능력과 성과가 있으면 누구나 조직에서 승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박 회장이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별도의 연구조직 설립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존에 경제조사본부가 있지만 그러한 수준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경제연구전담조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최근 연임 취임사에서 “민간 싱크탱크의 역할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 후속조치다. 일각에서는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과 유사한 조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조사, 기업조사, 경제상황 분석, 국내외 경제동향 정밀 분석, 정책수립 등을 모두 아우르는 조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그간 ‘기득권’을 깨고 ‘혁신’을 해야 한다는 의지를 여러 번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취임사에서도 기득권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언급할 정도였다. 현 정부 들어 대한상의의 위상이 높아지며 정치권과 재계에서 기대하는 역할도 커지는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행동으로 변화를 보여주며 보폭을 넓힐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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