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산특수엘리베이터 조준희 회장 “한번에 500명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 제작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9일 03시 00분


조준희 송산특수엘리베이터 회장은 금융맨 출신으로 지난해 중소기업 수장을 맡아 현장을 뛰고 있다. 그는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을 만들어 우리 사회에 마지막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조준희 송산특수엘리베이터 회장은 금융맨 출신으로 지난해 중소기업 수장을 맡아 현장을 뛰고 있다. 그는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을 만들어 우리 사회에 마지막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지난해 충북 제천과 올해 밀양 화재사건을 보며 안타까웠습니다. 화재 시 비상계단을 이용하더라도 유독가스를 흡입하면 변을 당하기 쉽거든요. 가스를 막고 많은 인원을 옮길 수 있는 특수 엘리베이터만 있었다면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조준희 송산특수엘리베이터 회장(64)은 특수엘리베이터가 대형사고 발생 시 필수적인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최근 건물이 초고층화되는 상황에서 수많은 인명을 구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조 회장은 중소기업 금융맨 출신이다. 1980년 IBK기업은행에 입사해 33년간 종합기획부장, 개인고객본부장, 수석부행장 등 요직을 거쳤다. 2010년 공채 출신으로는 첫 은행장에 올랐다.

조 회장이 송산특수엘리베이터와 인연을 맺은 건 2016년. 한 케이블 방송사 사장 재임 당시 진행한 프로그램에 이 업체를 소개하면서부터다. 조 회장은 방송 직후 김기영 송산 대표에게 틈틈이 회사 경영과 관련한 조언을 해줬다. 김 대표는 그때까지만 해도 기술에만 전력투구해 경영을 잘 몰랐다. 송산의 독자적인 기술력을 외부에 알리는 데 미흡했다. 김 대표는 조 회장이 지난해 방송사 사장에서 퇴임한 뒤 수시로 전화를 걸어 “회사에 힘을 실어 달라”고 요청했다. 조 회장은 처음엔 다른 유능한 인물을 추천했지만 김 대표의 계속된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결국 회장 직을 수락했다.

김 대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부친이 사업에 어려움을 겪자 일반고를 포기하고 1976년 충남기계공고에 수석 입학했다. 그해 4월 학교를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과 독대했고 박 대통령은 “나라에 꼭 필요한 일을 하라”고 격려했다. 김 대표가 관심을 가진 건 엘리베이터. 갈수록 고층 빌딩이 늘어나면 엘리베이터가 중요해질 것으로 봤다. 그는 울산공대를 졸업한 뒤 당시 세계 1위 엘리베이터 회사인 오티스에 입사해 29세 때 아시아태평양 지역 연구개발 이사로 승진했다. 그러나 1994년 11년간 몸담았던 오티스를 그만두고 경기 시흥 시화국가산업단지에 송산특수엘리베이터를 설립했다. 과거 박 대통령과 약속한 나라에 도움이 되자는 생각에서였다.

송산은 △기계실 없는 모듈러 엘리베이터 △세계 최대 규모인 지하 350m 경사형 엘리베이터 △한 번에 수백 명이 탈 수 있는 초대형 엘리베이터 △고층 빌딩 화재 시 인명 구조용 엘리베이터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송산은 2000년부터 세계 20여 개국에 특수 엘리베이터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220억 원 중 해외 비중이 40%나 된다.

조 회장은 송산을 10년 내에 세계적인 강소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했다. 수출을 확대해 3, 4년 뒤 송산을 기업공개(IPO)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올해 1월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국내외에서 특수엘리베이터를 유치하는 데 발 벗고 나서 한 달 만에 200억 원이 넘는 수주 물량을 따냈다. 송산의 기술력을 홍보하고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한 결과였다.

송산은 LG디스플레이 경기 파주공장에 한 번에 500명이 탈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뉴타운에 고속고층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와 중국 등에 기술 수출도 추진 중이다.

조 회장은 요즘 시흥과 서울 강남에 각각 사무실을 마련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을까. “8년 10개월째 매일 아침이면 108배를 합니다. 한 선배로부터 ‘건강에 108배만큼 좋은 게 없다’는 얘기를 듣고 지금까지 계속해왔죠. 108배를 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몸도 좋아집니다. 특히 절을 하며 항상 누군가를 위해 소원을 빌곤 했는데 최근 한 대기업 선배가 집행유예로 나왔더군요.”(웃음)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송산특수엘리베이터#조준희#엘리베이터#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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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18-03-30 08:29:34

    한 캐비티에서 두대가 움직이면 공기역학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고 불필요하게 공기를 몰고 다니거나 할 수 있다 최첨단이라고 시험도 제대로 안 한 것 납품하는 외국회사들 우리 국민들이 모르모트냐?

  • 2018-03-30 08:27:57

    한번에 500명 타는 엘리베이터가 실제로 필요하거나 실용적일까? 500명 타는데 기다리는 시간은?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거나 사고가 나도 희생자 수를 최소한으로 하려면 적절한 크기로 해야 한다. 외국 엘리베이터 회사들이 신기술 중에 불안한 것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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