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설립 예상깨고 모비스 지분 4조 매입… MK의 ‘결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9일 03시 00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현대자동차그룹 4개 계열사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안건을 연달아 통과시켰다. 현대모비스를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리고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한 단계별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4조∼5조 원을 들여 지분 매입에 나선다. 세금도 1조 원 이상 내야 한다. 정 회장의 ‘통 큰’ 결단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그룹 중심 된 현대모비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현대모비스가 그룹의 중심이 된 점이다. 현대모비스는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에 흡수시킨다. 현대모비스에 남는 사업은 핵심 부품과 투자다. 핵심 부품으로는 자율주행자동차와 커넥티드카 등 미래 자동차에 들어가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현대모비스는 핵심 기술을 진화시키기 위해 국내외 스타트업들에 대한 지분 투자 및 협업, 조인트벤처(JV) 투자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당초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전환해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봤다. 통상 지주사가 될 회사는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주사 체제를 택하지 않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자체 사업을 보유한 채 현대자동차를 지배하는 형태가 되면서 현대모비스 가치는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도 합병으로 인한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로부터 넘겨받을 모듈 사업은 개별 부품을 조립해 완성차 업체들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물류 회사인 현대글로비스가 부품 조립도 맡게 되면서 완성차 계열사와의 연관성이 한층 높아졌다. 게다가 이번 개편으로 글로비스는 일감 몰아주기 이슈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전부 매각할 예정이라 개편 후 현대글로비스의 오너 일가 지분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각각 5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분할합병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분할 합병 후 현대모비스 주주는 주식 1주당 현대글로비스 신주 0.61주를 배정받는다.현대모비스 존속 회사와 분할 부문의 분할 비율은 79% 대 21%로 현재 현대모비스 주식을 1000주 가진 사람이라면 존속 현대모비스 주식은 약 790주, 합병 회사 현대글로비스의 주식은 610주를 갖게 된다. 두 회사로부터 배당을 받게 된 주주는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인한 배당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 순환출자 해소, 공정위 “환영”

현대모비스 인적분할 후 7월부터 순환출자 해소가 시작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등이다.

이 고리에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는 정 회장과 정 부회장에게 지분을 매각하게 된다. 기아차가 현대모비스 지분 16.9%, 현대제철이 5.7%, 현대글로비스가 0.7%를 보유하고 있다. 28일 3사는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의결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합병된 글로비스 지분 15.8%를 전부 매각하고, 이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일 계획이다. 4조∼5조 원이 소요된다.

계획대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30.2%가 된다. 현재 오너 일가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은 정 회장이 갖고 있는 약 7.0%뿐이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를 지배하고 이어 현대차, 기아차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개편되는 것이다.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요구해 왔던 정부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 당국자는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평가는 기본적으로 주주와 시장이 할 문제”라면서도 “현대차가 시장 요구에 부응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부처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올 1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차를 포함해 기업에서 자발적 변화가 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정 부회장에 대한 승계 작업과 연계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정 회장이 정 부회장보다 현대모비스 지분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개편 과정에서 정 회장이 정 부회장에게 주식 등 재산을 상속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이은택 / 세종=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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