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 베트남등 동남아 러시… 금리 높고 성장잠재력 커
M&A 통한 현지화 전략 적극 추진… IT법인 설립 핀테크 시장 선점도
국내 금융회사들이 ‘넥스트 차이나’로 꼽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성장, 저금리 추세가 고착화된 국내 금융시장과 달리 젊고 역동적인 동남아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아 새로운 ‘캐시 카우’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정부도 동남아 국가들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신(新)남방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금융권의 ‘남방 진출 러시’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금융권 ‘신(新)남방’ 러시
동남아 국가는 경제성장 속도가 빠르지만 제조업에 비해 금융 산업의 성장세가 더딘 편이다. 한국이나 주요 선진국에 비해 금리가 높고 예대마진도 큰 편이다. 그만큼 국내 금융사들이 영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뜻이다.
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따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을 잇달아 방문해 금융 분야 파트너십 강화에 나섰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현지 금융회사를 잇달아 인수합병(M&A)하며 동남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위주로 영업해왔던 관행에서 벗어나 현지 고객을 적극 유치하며 현지화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한금융그룹이다. 최근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과 신한카드가 손잡고 인도네시아 현지 소비자금융회사인 ‘PT BFI 파이낸스’의 지분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베트남에서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말 ANZ베트남은행의 소매금융을 인수해 현지 외국계 은행 1위로 올라섰다.
KB금융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베트남 지점의 자본금을 확충해 기업금융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업 발전 초기인 캄보디아와 미얀마에서는 소매금융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한 ‘KB 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는 비정부기구(NGO) 협력을 통한 주택대출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았다. 캄보디아법인의 대출 실적은 1년 새 47% 급증했다.
해외 영업망이 가장 많은 우리은행은 해외 238개 점포가 동남아 시장에 집중돼 있다. 글로벌 진출 핵심 거점인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미얀마에서는 ‘유기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인도 시장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소매영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현지 여신전문금융사 인수도 완료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 금융사들은 과거처럼 점포를 앞세운 오프라인 영업만 하는 게 아니라 핀테크(기술금융)를 기반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금융그룹이다. 핵심 계열사인 KEB하나은행은 동남아 진출 핵심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정보기술(IT) 전문법인을 설립해 핀테크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IT와 접목된 서비스를 꾸준히 선보여 인도네시아에서 ‘e채널 선도은행’의 이미지를 굳히겠다”고 말했다.
NH농협금융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최대 은행인 만디리은행과 손잡고 현지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 금융투자업계는 베트남 진출 러시
국내 금융투자업계도 앞 다퉈 동남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베트남이다. 10여 년 전부터 베트남 시장의 문을 두드려 온 대형 증권사들은 현지 법인의 덩치를 키우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자산운용사들도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분야의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베트남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현지 운용사인 ‘틴팟’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베트남 현지에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를 통해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에 적극 뛰어들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도 지난해 현지법인의 자본금을 1000억 원 수준으로 늘려 70여 개 증권사가 있는 베트남 증권업계에서 6위권으로 뛰어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현지합작 증권사 ‘키스(KIS)베트남’에 38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2009년 CBV증권의 지분 49%를 인수한 NH투자증권은 잔여 지분을 사들여 이달 초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KB증권도 최근 현지 증권사 지분을 사들여 총 자본 330억 원 규모의 ‘KBSV’를 출범시켰다.
인도네시아도 금융투자회사들의 주요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현재 중소형 증권사 ‘단빡 증권사’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주관해 국내 증권사 최초로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에 현지 기업을 상장시켰다. 앞으로 신한은행, 신한카드 등 신한금융 계열사와 손잡고 IPO, M&A 등 투자은행(IB)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사들이 이들 국가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이유는 아직 경제 규모에 비해 주식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성장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풍부한 노동력과 값싼 인건비도 매력적이다. 박원상 한국투자증권 KIS베트남법인장은 “2000년 이후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7% 이상”이라며 “젊은 인구를 감안하면 향후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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