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지하철 5호선 마곡역 인근 상점가. 건물마다 1, 2층에 있는 빈 상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입주한 한 오피스텔의 1층 상가는 점포 128개 중 7개를 제외하고 모두 ‘임대 문의’ 안내가 붙어있었다. 근처의 또 다른 오피스텔 역시 1층 점포 37개 중 25개가 비어 있었다. 상가를 홍보하는 분양대행사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한 직원은 기자에게 “이 일대에서 지금 분양 중인 상가건물만 8, 9곳”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곡지구, 경기 김포한강신도시, 광교신도시, 위례신도시 등 수도권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빈 상가가 늘고 있다. 한꺼번에 공급이 몰린 반면 상권 형성은 더디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발 금리인상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 도입 등 대출규제 강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3중 악재’가 맞물리면서 상가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2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한 상가점포 수는 1만5982개로 2007년(1만8322개)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경기·인천 지역에서 전체의 66.7%에 이르는 1만663개가 분양했다. 신도시 중심으로 분양 물량이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상가주인들이 ‘본전 생각’에 임대료를 쉽게 낮추지 못하는 것도 공실률이 증가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서울 상가의 평균 분양가(3.3m² 기준)는 4402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7.6% 올랐다.
2015년 마곡나루역 인근 1층 점포(66m²)를 15억 원에 분양받은 김모 씨(70)는 지난달 13억 원에 점포를 팔았다. 지난해 11월 완공됐지만 몇 달째 세입자를 못 구해 잔금을 치를 형편이 안됐기 때문이다. 인근 M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세입자로부터 임대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를 생각으로 투자했다가 세입자를 못 구해 분양가 이하에 매물을 내놓은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위축된 상가시장은 연이은 악재로 더 얼어붙는 분위기다. 우선 미국발 금리인상의 여파로 국내 대출금리의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비용이 커지면 투자수익률은 떨어진다. 26일부터 임대사업자에게 RTI가 적용돼 대출 문턱도 높아졌다. RTI는 연간 부동산 임대소득을 해당 임대건물의 연간 대출이자로 나눈 비율이다. 상가 임대업자는 이 비율이 1.5 이상이어야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국회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이 논의되는 것도 부담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임차인의 계약갱신 청구권 행사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것이다. 올해부터 상가주인이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상한선도 9%에서 5%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상가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권 형성이 덜 된 신도시나 택지지구 상가는 피할 것을 조언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상권 형성은 상가 입점 후 보통 5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린다. 장기적 관점에서 여유 있게 투자하려는 게 아니라면 이미 상권이 형성돼 있고 입지가 뛰어난 곳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감정원이 이날 발표한 전국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은 지난주 대비 0.01% 떨어져 지난해 2월 첫째 주 이후 58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0.09% 오르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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