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력 커지는 정의선 부회장, 자율차 등 미래기술 확보 ‘가속’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0일 03시 00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현대자동차그룹이 파격적인 사업구조 및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하자 정부가 이례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은 주주와 시장이 평가할 일”이라면서도 “공정위는 긍정적인 방향의 개선 노력이라 평가한다. 현대차그룹이 필요한 시기에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공정위가 영향을 끼친 것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원장이 특정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은 현대차그룹의 결정을 보고받고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8일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인적 분할을 통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1조1000억 원가량의 세금을 낼 예정이다. 만약 지주사 전환을 결정했다면 지주사에 현물출자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세 납부를 미룰 수 있는 양도세 과세이연 조항으로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이다.

시장은 다소 엇갈린 반응이었다. 29일 주식시장에서 인적분할을 발표한 현대모비스는 4% 이상의 하락세를 보인 끝에 전날보다 2.87% 떨어진 25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반면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사업을 흡수합병하게 될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장중 23% 이상 급등했다가 전날보다 4.90% 오른 18만2000원에 마감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글로비스에 넘기기로 한 AS부품과 모듈 사업은 당장 현금을 벌 수 있는 영역들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에선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현대모비스가 중심축으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현대글로비스가 그 역할을 하게 됐다. 이 결과가 주가로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는 이번 지배구조개편을 미래자동차 경쟁력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차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고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방식을 택했다. 현대차가 지주사 체제 전환을 포기한 이유는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현대차와 기아자동차 등 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본 영향이 크다. 지주사 체제에서는 자회사들이 공동 투자해 타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주사가 인수를 통해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기준도 까다롭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해 다각적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각종 협력을 기동성 있게 진행하려면 지주사 체제보다는 주요 계열사들이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을 동시에 갖춘 체제가 낫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판단이었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세금 납부를 통해 사회적 지지를 확보하고 그룹 이미지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모비스 지분이 없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사진)이 지배구조 개편 후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미래차를 위한 글로벌 협력이 활성화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자동차와 커넥티드카로 대표되는 미래 자동차의 핵심 부품과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금까지 현대차에서 미래 자동차 기술력을 키우기 위한 글로벌 협력을 주도해 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대주주로서 현대모비스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아울러서 글로벌 협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 / 세종=박재명 / 김성모 기자
#지배력#정의선 부회장#자율차#미래기술 확보#가속#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