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부터 ‘2주 80시간’ 본격 시행
‘30시간+50시간’ 근무도 가능… 매월 세번째 금요일 오후 3시 퇴근
“무늬만 선택 아닌 실질근무 단축”, 박정호 사장 세밀한 설계 주문
SK텔레콤이 그룹 차원의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 일환으로 추진하는 ‘2주 80시간 자율적 선택근무제’가 다음 달부터 본격 시행된다. 매월 세 번째 금요일 오후 3시 퇴근을 원칙으로 하는 ‘슈퍼 프라이데이’도 함께 실시된다. 29일 SK텔레콤에 따르면 2주간 80시간만 채우면 직원 스스로 근무시간과 날짜를 설계할 수 있는 ‘디자인 유어 워크 앤드 타임(Design Your Work & Time)’ 프로그램이 4월 1일부터 시작된다.
가장 큰 특징은 ‘의무 근무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의무 근무시간이란 예컨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반드시 근무해야 한다’는 룰로, 출퇴근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업체에서 부과하는 조건이다. SK텔레콤은 의무 근무시간을 강제하거나 출퇴근 시간 범위를 설정하는 등 회사의 관리 아래 일률적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경우 진정한 유연 근무가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매주 특정 요일에 학원 수강이나 운동 등을 하는 직원은 해당 요일의 근무시간을 다른 요일로 배치해 주 4일 근무하며 온전한 자기계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자녀 졸업식이나 입학식 등 행사가 있을 때도 미리 계획만 세우면 하루 연차를 쓰는 것처럼 근무하지 않고 다른 날 집중 근무를 할 수 있다. 마감 등으로 월말에 업무가 몰린다면 매월 마지막 주에 50시간을 일하고 그 전주는 30시간 일하는 식으로 강약을 조절해 일할 수 있다.
직원들이 제출하는 근무계획도 2주 단위로 좁혔다. 계획 작성 주기를 1개월 단위로 할 경우 업무 일정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계획 실현 자체가 어려워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직원의 근무계획은 사내 메신저에서 확인해 회의 일정 조정이나 담당자 부재 확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세밀한 선택근무제 설계에는 박정호 사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박 사장은 ‘무늬만 선택근무제’가 아닌 진정한 근무시간 단축을 주문했다. “실질적인 근무시간 단축은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할 것”이라며 “근무시간 단축이 청년고용 창출이라는 사회적 가치 증대로 연결되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근무제 개편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도 대단했다. SK텔레콤은 이달 전국 직원들을 상대로 총 8번의 설명회를 가졌다.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설명회에는 준비했던 좌석(250석)보다 더 많은 300여 명의 직원이 몰리는 바람에 계단에 서서 설명을 듣는 직원도 있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사측이 올 초부터 3개월 동안 10여 차례에 걸쳐 협의 과정을 거쳤다.
선택근무제가 효과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4월부터 임원과 팀장 이상 간부들은 특별한 업무가 없을 경우 평일 오후 7시 이전에 퇴근하는 것이 장려된다. 또 주말 출근 및 휴일과 야간에 직원에게 이메일 또는 문자 보내는 것이 제한된다.
매월 세 번째 금요일에 전 직원이 오후 3시에 조기 퇴근하는 것을 장려하는 ‘슈퍼 프라이데이’도 4월부터 시작된다. 자율적인 근무설계 외에도 한 달에 한 번은 직원 모두가 일률적으로 일찍 퇴근해 눈치 보지 않고 워라밸을 실천하자는 취지다. 한꺼번에 퇴근하기 때문에 해당 날짜에는 회의나 미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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