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확성기]<1> 일자리 할 말 있습니다
‘엄마의 하소연’ 靑청원 최다 지지
“채용비리 볼때마다 속이 썩어”
“뒤늦게 현실을 알았습니다. 그전까지는 저도 ‘꼰대 기성세대’였네요.”
이달 28일까지 접수된 청년일자리 관련 국민청원 가운데 어떤 글이 가장 많은 동의를 얻었을까? 예상 밖으로 취준생 당사자가 아닌, ‘취준생 딸’을 둔 엄마의 청원이 총 8만291건으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 주부는 ‘엄마가 대통령께 청년 취업 청원 드립니다’란 제목의 청원에서 “항상 열심히 잘해 온 대학졸업반 딸이 잘 취업할 줄 알았는데,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현실을 알게 됐다”며 “공기업 대기업 등은 지원자 합격자의 남녀 비율을 공개해 달라”고 청원했다.
그는 “대기업 계열사에서 100명을 채용한다면 경쟁률이 200 대 1이지만 결국 남자는 80∼90명, 여자는 10∼20명만 채용되다 보니 여성의 경쟁률은 500 대 1, 1000 대 1”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블라인드 채용 시 성별을 체크하는 부분을 없애 달라”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기업과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가혹했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자기소개 항목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어요. 날고 기는 경력자를 뽑는 건가요? 회사를 책임질 임원을 뽑는 건가요? 신입사원에게 패기나 인성, 가능성을 봐야지 해당 기업도 해결하지 못할 어려운 문제를 묻습니다. 취업 컨설팅 학원만 쾌재를 부르는 게 현실이에요.”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 부모들이 게시판에 줄을 이었다. ‘두 아들을 둔 엄마’라고 밝힌 청원자는 채용비리에 분노했다.
“아들이 지난해 두 공공기관 최종 임원면접에서 탈락했어요. 안타까웠지만 그저 ‘아이가 모자라겠거니’ 했어요. 그런데 힘 있는 부모들의 청탁에 의한 채용비리가 적발됐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속이 썩어 문드러집니다.”
다른 취준생 부모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간극을 줄여 자식들이 중소기업에 취직하더라도 먹고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청원했다. ‘취준생 아들’ 엄마라는 한 청원인은 눈물만 흘린다고 했다.
“아이들이 겪는 취업 스트레스가 너무 큽니다.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는 도울 게 없어요. 이제는 어른들이 도와야 합니다.”
특별취재팀 △팀장=홍수용 차장 legman@donga.com △경제부=박재명 이건혁 김준일 최혜령 기자 △정책사회부=김윤종 유성열 김수연 기자 △산업1부=신무경 기자 △사회부=구특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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