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확성기]일자리 할말 있습니다
국문과 출신에 안경수리사 추천
효과 별로 없이 돈 쓰는 탁상행정, “구직 정부도움 받아봤다” 32%뿐
권철환 씨(숭실대 경영학과 4학년)는 곤충을 식재료로 단백질 보충제를 만드는 식품벤처를 창업하려 했다.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주관하는 ‘팁스타운’에 입주하고 싶었지만 심사에서 탈락했다. 식품은 지원 대상이 아니니 지방으로 가보라는 통보에 도전 의지가 꺾였다.
서울 K대 국문학과 4학년 김예솔, 강주희(이상 가명) 씨는 지난해 정부가 지원하는 취업적성검사 결과 둘 다 안경수리사가 제격이라는 추천을 받았다. 엉뚱한 결과에 헛웃음이 터졌다. 상담사도 멋쩍은 듯 검사지를 넘기며 “참고만 하라”고 했다.
정부는 올해 20조 원에 이르는 재정을 들여 일자리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청년실업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 정책이 과거의 틀에 갇힌 채 취업준비생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서다. 이는 동아일보와 청년드림센터가 청와대 국민소통광장에 올라온 8957건의 일자리 관련 국민청원을 전수 조사하는 것과 더불어 일자리정책을 경험한 청년 35명으로 자문단을 구성해 정책의 맹점을 심층 취재한 결과다.
국민청원 조사 결과 청년과 취업준비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격차 해소 △채용 비리 근절 △역차별과 불평등 문제 해소 등 구체적인 요구를 쏟아냈다. ‘일자리를 늘려 달라’는 단순한 주문이 아니라 공정한 채용 문화를 조성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게 해달라는 간절한 외침이었다.
청년들은 정부가 고용효과가 미미한 곳에 돈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서정은 씨(29)는 “정보기술(IT) 쪽 수업을 듣고 싶어 상담을 받았는데 상담센터에서는 내 관심과 상관없이 정부 재정이 들어간 과목만 수강하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청년들은 정책을 외면하고 있다. 본보가 잡코리아에 의뢰해 취업준비생 1224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구직활동 중 정부 지원을 한 번이라도 받아본 청년은 31.6%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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