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치적 해결 없다”에… 금호타이어 노조, 매각 수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1일 03시 00분


中더블스타 자본 6463억 유치… 합의 시한 직전 법정관리 피해
1일 조합원 찬반투표… 가결 유력

금호타이어 노사가 중국 더블스타 자본 유치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노사에 요구한 자구안 합의 시한인 30일 밤 12시를 불과 3시간 앞두고 노조가 해외 매각을 통한 경영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를 피하게 됐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이날 광주시청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윤장현 광주시장,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논의한 끝에 “중국 더블스타로부터의 자본 유치 및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상호 합의했으며 조합 내부절차에 따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합 내부절차는 조합원 찬반 투표를 말한다. 금호타이어 노조 집행부는 31일 합의 내용을 공개하고 다음 날인 4월 1일 합의 내용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투표에서는 전체 조합원의 과반이 출석해 출석자의 과반이 찬성하면 30일 노사가 체결한 경영정상화 양해각서(MOU)가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전체 조합원의 25% 이상만 찬성표를 던지면 되는 만큼 무리 없이 가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날 논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투표는 형식적 절차로 해외 매각이 사실상 결정됐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매각 찬성으로 투표 결과가 나오는 즉시 채권단은 추가 여신을 투입해 4월 2일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 270억 원과 5일 만기인 회사채 400억 원 등 비협약채권을 우선 갚아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조만간 더블스타와 6463억 원에 본계약을 체결하고 상반기(1∼6월) 안에 계약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지분의 45%를 보유하는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되고 채권단은 2대 주주(23.1%)로서 신규 대출 2000억 원을 내준다.

해외 자본 유치와 더불어 금호타이어 노사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절감하기로 합의한 비용 규모는 950억 원 정도다. 양측은 임금 동결, 임금 체계 개선 및 삭감, 임금피크제 시행 등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기로 했다. 이는 사측이 노조에 요구한 내용이 거의 받아들여진 것이다.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직원들의 고용을 3년간 보장하기로 한 만큼 인수 후 정리해고는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은 금호타이어 노조가 해외 매각으로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자사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보인 데 대해 “금호타이어의 독립 경영을 보장하고 노조와의 협의 사항을 존중할 것”이라는 약속을 한 바 있다.

해외 매각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던 노조 집행부가 30일 전격적으로 태도를 바꾼 것은 청와대가 이날 “정부는 절대 정치적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대통령의 뜻”이라고 밝힌 게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 해결에 기댈 여지가 사라진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 부처 장관들과 이동걸 산은 회장도 이날 호소문을 통해 “노사 합의가 없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히며 노조를 압박했다. 금호타이어 일반직 직원들도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도록 더블스타 중국 자본 유치와 노사 자구안에 동의해 달라”고 호소했다.

만에 하나 4월 1일 노조 투표에서 반대가 많다면 금호타이어 경영진은 2일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강유현 / 광주=이형주 기자
#금호타이어#노조#매각#노사#더블스타#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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