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위치한 포스텍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 1.1km 길이에 달하는 방사광 가속기를 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났다.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에서는 ‘X선 자유전자 레이저’라는 빛이 나온다. ‘꿈의 빛’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 빛은 전자를 빠르게 가속시켜 햇빛보다 100경 배 밝은 빛을 만들어 물질의 미세구조 등을 분석한다. 예를 들어 리튬이온전지에서 지속적인 불량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4300억 원 들여 지은 최첨단 시설이라 이를 이용하려는 기업과 학계 문의가 많다. 빛이 마지막으로 닿는 곳에서 연구팀 한 팀만 연구할 수 있어 이용하려면 3∼6개월 기다려야 한다. 가시적인 성과도 올렸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첫 실험인 ‘물 분자구조 변화 연구과제’ 결과가 지난달 2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포스코는 방사광가속기로 미래 먹을거리를 발굴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바이오와 신약 쪽에 거는 기대가 크다.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질병 단백질의 구조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어 맞춤형 신약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인수 포항가속기연구소장은 “제약 강국 스위스는 유럽연합(EU)에서 만든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있는데도 자체적으로 또 방사광가속기를 만들었을 만큼 활용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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