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으로 푼 블록체인
인터넷 발달로 해킹 일상화… 보안 아무리 강화해도 뚫려
블록체인 특징은 ‘만인개방’, 완벽한 공개가 최고보안 낳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블록체인이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 비트코인 열풍이 있다. 비트코인은 네트워크에 암호 형태로 흐르고 있는 신규 거래명세를 가장 먼저 낚아채는(해독하는) 사람에게 화폐를 생성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 사람을 채굴자(miner)라 부른다. 채굴자가 푼 문제가 정답이라는 데 과반수 참여자가 동의하면 신규 거래명세가 승인되며 기존 블록에 연결된다.
비트코인 플랫폼이 설계되고 작동되는 기술적 기반이 블록체인이다. 그래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불가분의 관계다. 이 같은 비트코인의 개발 의도를 동양문화권의 인문학적 가치에서 찾아보자.
대표적인 동양고전의 하나인 ‘장자’ 대종사 편에는 ‘장천하어천하(藏天下於天下)’라는 구절이 나온다. ‘천하는 천하에 간직한다’는 뜻이다. 장자는 우화를 통해 그 속뜻을 깨우쳐준다. 어느 마을에 억만금을 가진 부자가 있었다. 이 사람은 자나 깨나 도둑 걱정이었다. 도둑이 들어서 자신의 재산을 훔쳐갈까 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생각다 못해 튼튼한 궤짝 하나를 구해서 현금과 보석 등 전 재산을 숨겨뒀다. 그것으로도 안심이 되지 않아 궤짝을 밧줄로 꽁꽁 묶어 뒀다.
그런데 다음 날 난리가 났다. 간밤에 도둑이 들어 궤짝을 통째로 들고 달아나버린 것이다. 장자는 이렇게 말한다. “산골짜기에 배를 숨겨두고 연못 속에 산을 숨겨두고 단단히 숨겨뒀다고 말한다. 그러나 밤중에 힘이 센 자가 그것을 등에 지고 도망치면 잠자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사물은 크고 작건 간에 각기 숨겨둘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래서 도둑이 그것을 훔쳐서 도주할 곳이 있다. 하지만 천하를 천하에 숨겨두면 훔쳐서 도주할 곳이 없게 된다.”
1차 인터넷 혁명의 대표적 미완성 과제가 바로 보안 문제다.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이라는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현재의 사회 시스템은 아무리 보안을 강화해도 해커에 의해 뚫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보안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에 비례해 해킹 기술도 발전한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을 선보였다.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개방과 소통이다. 숨기고 감추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공개한다. 거래원장(Ledger)을 특정한 금고나 파일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의 연결로 이뤄진 네트워크(World Wide Ledger)에 보관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보관이 아니라 전시다. 전시된 물건을 훔쳐가는 것은 자유지만 훔친 물건을 들키지 않고 완벽하게 숨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두의 눈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열 사람이 도둑 하나 지키지 못한다는 속담도 있지만 지켜보는 사람의 수가 열 명이 아니라 1만 명, 10만 명, 100만 명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에서 혁신의 대표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트코인은 빙산의 일각이다. 더 큰 블록과 체인들이 깊은 바닷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머지않아 세상에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그때 그것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 적극적으로 알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만이 그 흐름 위에 올라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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