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작업환경 보고서, 국가핵심기술 여부 확인해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0일 03시 00분


행정소송 이어 산업부에 ‘SOS’
산업부서 국가핵심기술 인정되면 행정심판 등 법원 판단에 영향
고용부는 ‘외부 공개’ 입장 유지

삼성전자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사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속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요 사업장에 대한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하기로 한 것에 대해 즉각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을 낸 데 이어 산업부에도 ‘SOS’를 요청한 것이다.

9일 삼성전자와 산업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산업부에 국가핵심기술 확인을 신청했다.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업은 보유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정을 신청할 수 있다. 산업부는 민간 전문가로 이루어진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한 뒤 장관이 위원장인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핵심기술 해당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산업부가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해도, 고용부가 반드시 보고서 공개를 중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보고서 외부 공개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낸 행정소송, 행정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기흥·화성·평택 등 주요 공장별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의 외부 공개를 막아달라며 수원지법에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는 13일 나올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해당 보고서에는 주요 생산라인의 공정 흐름도와 배치, 장비 및 화학제품 등 핵심 기술정보들이 포함돼 있다”며 “보고서가 외부로 무차별 공개될 경우 중국 반도체 업계 등 후발 주자들에 공정 기술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반면 정보공개를 결정한 고용부는 “보고서에 영업비밀로 볼 만한 정보가 없으며 설령 영업비밀이더라도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지난달 한 종편 방송이 기흥·화성·평택 반도체 공장 보고서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한 데 응하기로 했다.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9일 브리핑에서 “올해 2월 대전고등법원이 전문가단체(한국산업보건학회)의 의견을 반영해 영업비밀이 없다고 판단했고, 사망한 근로자의 부인이 청구했기 때문에 공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부가 최근 정보공개를 확대하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한 것에 대해서는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까지 영업비밀을 제공하라는 취지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 국장은 2011년 백혈병 산재 인정 소송에서 근로자 측 대리인을 맡아 승소 판결을 이끈 변호사 출신이다. 다만 박 국장은 “기업의 영업비밀도 보호받아야 하다고 생각한다”며 “삼성이 제기한 소송 결과에 따라 영업비밀로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지침에 반영하고, 공개 수준도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재판부의 정보공개 판결은 온양공장에 한정된 것인데 첨단공정이 있는 다른 공장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산업기술보호법에는 국가핵심기술의 정보공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지만 산업기술의 부정한 유출을 방지한다는 법의 목적을 고려하면 정보공개는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자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현재 30나노 이하급 D램과 낸드플래시, 파운드리에 해당하는 설계·공정·소자기술과 3차원 적충형성 기술, 조립·검사기술, 모바일 AP 설계·공정기술 등이 반도체 분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지난해 산업부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廣州)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5개월간 숙고한 후 조건부 승인을 내준 것도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제조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김지현 jhk85@donga.com / 세종=이건혁 / 유성열 기자
#삼성전자#산업부#산업기술#보고서#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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