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일자리 정책이었던 ‘고용디딤돌’ 사업이 당초 기대한 고용 효과를 내지 못한 채 2년여 만에 사실상 폐기됐다. 정부가 책상머리에서 만든 정책은 현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입증된 셈이다.
고용디딤돌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직접 취업준비생을 뽑아 훈련시킨 다음 대기업 계열사나 협력업체, 벤처기업에 취업하도록 알선하는 사업이다. 2015년 9월 청년 1만 명에게 일자리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시작한 뒤 대기업 11곳, 공공기관 7곳이 참여했다. 2016년에는 대기업 16곳, 공공기관 17곳으로 확대됐다.
대기업 등의 참여가 늘면서 고용디딤돌이 활성화하는 듯했지만 실효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SK의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박정민 씨(가명·24·여)는 “대기업에서의 교육프로그램은 도움이 됐다”면서도 이후 소개받은 중소기업에서는 회의 때 음료수 세팅이나 대표이사 강연자료 만들기 등 잡일을 도맡아 했다고 전했다. 결국 박 씨는 3개월 후 해당 중소기업에서 취업 제안이 왔지만 거절했다.
고용디딤돌 취업 훈련프로그램에 지원되는 재정은 2016년에만 143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한 뒤 지난해 8월 말까지 계속 직장을 다닌 청년은 전체 채용 인원의 38.4%에 그쳤다.
고용디딤돌 사업은 지난해 말 종료된 뒤 현재는 ‘국가 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사업’에 통합됐다. 대기업이 빠진 채 직업훈련과 취업이 모두 중소기업 및 공공기관에서 이뤄지는 방식이다. 대기업이 고용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 취지의 고용디딤돌과는 성격이 다르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디딤돌에 대해 “애초부터 한시적인 시범사업이었다”고 설명하지만 지난 정부 말부터 대기업의 호응이 급격히 줄어 정책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고용디딤돌을 통합한 국가 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사업에는 현재 중소기업 28곳과 공공기관 3곳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정책 중 상당수가 한시적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되지만 수요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면 재정만 낭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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