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외계어 같은 정책들… 좀 쉽게 알려줄수 없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2일 03시 00분


[청년 확성기]<5> 일자리 정보에 목마른 청년들

청년 일자리정책이 300개에 육박하는데도 정작 청년들은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암흑 속에서 ‘구직전쟁’ 중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구로구의 한 채용박람회장에서 박은혜 씨(25)가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청년 일자리정책이 300개에 육박하는데도 정작 청년들은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암흑 속에서 ‘구직전쟁’ 중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구로구의 한 채용박람회장에서 박은혜 씨(25)가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경북 구미시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수형 씨(33)는 대학 졸업 후 교정직 공무원 시험을 3년간 준비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보험설계사, 이동트럭 장사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 김 씨는 “직업훈련을 해주고 지원금도 주는 제도가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고생을 좀 덜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잡코리아와 공동으로 지난달 20일부터 7일 동안 34세 미만 구직자와 직장인 122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청년 10명 중 4명꼴(38.3%)은 일자리 정책을 전혀 몰랐다. 그 이유로 주로 홍보 부족 문제(73.5%)를 꼽았다.

○ “‘창농’ 하고 싶어도 몰라서 못해요”

청년들의 이 같은 반응은 대책을 내놓을 때만 반짝 홍보할 뿐 이후에는 어디서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정부는 정부 공식 사이트인 워크넷과 부처별 홈페이지에 정책을 올리는 것과 더불어 각종 간담회를 여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다. 우선 청년들이 스스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적극 찾아나서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정부가 정책 개발에 비해 정책을 안내하는 데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1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대책 보고대회’에서도 정책 홍보가 문제로 지적됐다. 농업기업을 설립한 김지용 그린로드 대표(34)는 “‘창농’을 하고 싶어도 어떤 정책이 있는지 몰라서 포기하는 청년이 많다”며 “대통령께서 직접 홍보에 나서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 ‘청년의 언어로 소통해 달라’
“내일배움카드제는 제가 쓴 카드비를 내주겠다는 소리인가요?”(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1학년 김유송 씨·19)

취재팀이 대학생 독서토론 동아리 ‘한앎’ 회원 12명에게 청년고용정책 23가지를 보여주니 청년들은 대체로 “알쏭달쏭하다”고 했다. 한눈에 보고 알 수 있는 명칭이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학생들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훈련정책인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사업’이나 스펙을 배제한 채용제도인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제도’ 등은 전혀 와 닿지 않는 외계어 같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은 무엇보다 입소문이 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소 유치해도 청년들의 정서에 쉽게 다가가는, 이른바 ‘B급 감성’을 자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은 씨(27·여)는 “소비자들 스스로 입소문을 퍼지게 하는 ‘버즈마케팅’이 요즘 젊은이에게 친숙하다”고 말했다. 고리타분한 관료의 언어가 아닌 젊은이의 언어로 소통해 달라는 주문이다.

○ 대학 내 일자리센터 모두에게 개방해야
청년들은 정부가 ‘정책을 파는 기업’이란 마인드로 정책 마케팅에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청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취업 정보 공유 사이트를 통한 홍보 방안을 아이디어로 내놓았다. 조효정 씨(27·여)는 “장관이 여러 번 나와서 설명하는 것보다 청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를 통해 홍보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봤다.

취업정보공간인 대학창조일자리센터는 중요한 소통창구지만 현재 61개 대학에만 있다. 전국 전문대와 대학교가 339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취업 서비스가 일부에만 편중돼 있는 셈이다. 취준생 권모 씨(25)는 “대학일자리센터의 문턱을 낮추고 대학 간 연계를 강화해 다른 대학 학생들도 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신뢰하는 대학 커뮤니티를 통한 홍보도 필요하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부가 청년들의 눈높이를 못 맞췄다”면서 “실효성이 높아 보이는 제안을 즉각 현장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신무경 기자
#일자리#취업#청년#일자리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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