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대박 친 배달의민족의 ‘치믈리에 마케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9일 03시 00분


2017년 7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최초의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치러졌다. 치믈리에는 치킨 소믈리에, 즉 치킨 감별사라는 뜻이다. 나눠주는 프라이드치킨을 먹고 어느 브랜드의 어떤 메뉴인지를 알아맞히는 시험이었다. 음식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 마련한 이 장난스러운 행사에 500명이 응시해 100여 명이 합격 판정을 받았다. 공중파 TV를 비롯해 각종 언론매체에 보도됐고 소셜미디어에서도 화제가 됐다.

최근 나온 책 ‘마케터의 일’은 이 행사의 비화를 들려준다. 치믈리에 자격시험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회사 ‘우아한형제들’의 신규 입사자 워크숍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직원들끼리 눈을 가리고 어느 브랜드 치킨인지를 알아맞히는 게임을 하며 수다를 떨었다. 한참 깔깔거리다가 정신을 차리고 난 다음, 떠들었던 내용이 아까워서 문서로 정리했다. 그것이 바로 회사의 승인을 받아 정식 마케팅 기획서가 됐다. 행사는 대성공이었다. 회사는 막대한 홍보효과를 거뒀다.

이 책을 쓴 장인성 이사는 우아한형제들의 브랜드 책임자로 일하고 있고 이전에는 NHN(네이버)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실장을 지냈다. 그가 보기에 좋은 마케팅의 핵심은 좋은 사람을 뽑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인간성도 중요하다. 마케터는 항상 팀 내외부와 협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믈리에 행사의 아이디어 역시 누구 혼자만의 힘으로는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수다를 떨며 아이디어를 주고받아 완성한 기획이었다.

과연 우아한형제들의 마케팅팀은 장 이사의 말처럼 원활한 팀플레이가 이뤄지고 있을까? 책 ‘마케터의 일’에는 그의 글과 함께 부하직원(김규림)이 그린 일러스트도 들어가 있다. 혹시나 직속상사의 압력으로 강제 노동에 투입된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서 김 씨의 개인 블로그에 들어가 봤다.

정반대였다. 오히려 김 씨를 비롯한 부하직원들이 장 이사를 1년간 채찍질해가며 책을 쓰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이사님, 이런 말씀도 하셨잖아요!” “우리 이런 것도 했잖아요”라면서 아이디어를 더해줬다고 한다. 정말 마케팅을 잘하고, 일관성 있게 웃긴 회사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dbr#배달의 민족#치믈리에#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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