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국GM의 운명을 결정할 시한이 23일로 연기됐다. 한국GM 노사가 23일까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계속하기로 한 데 이어 이사회도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 신청 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당초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는 20일까지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한국GM 이사회는 20일 오후 8시부터 서울 모처에서 회의를 열고 안건으로 상정된 법정관리 신청에 대한 의결 여부를 23일 이사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진행된 제12차 노사 임단협 교섭이 결렬됐지만 노사가 23일까지 다시 교섭을 벌이기로 한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이날 오후 늦게 GM 본사 측에서 “노사가 협의를 연장하기로 했으니 이를 존중하자”는 의견을 긴급하게 전달했고 GM 측 이사를 포함한 이사회 멤버 전원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GM 노사는 20일 오후 1시부터 5시간 넘게 부평공장에서 임단협 교섭을 벌였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비용 절감부터 잠정 합의해야 한다는 사측과 군산공장 근로자 약 680명의 총고용 보장을 먼저 확약해야 한다는 노조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판에 노사가 교섭을 이어가기로 합의하면서 3일의 시간을 벌게 됐다. 법정관리라는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노사 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해철 한국GM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부평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노조가) 수용할 수 없는 안을 들고나와 교섭이 무산됐다”면서도 “월요일(23일)까지 노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 합의를 끌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3일까지도 노사 합의가 끝내 불발된다면 이사회에서 법정관리 신청을 의결해 채무불이행 날짜에 맞춰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은 한국GM의 법정관리 신청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등 사후 소송을 제기해 실제로 법정관리로 넘어가는 건 막을 방침이다. 반면 합의가 이뤄지면 산은은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20일 제출받은 재무실사 중간보고서 내용을 검토해 27일 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미국 출장 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전화 회의를 열고 노사의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정부는 “사측이 중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제시해 노조를 설득하고, 노조 또한 국민의 눈높이에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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