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외환시장 개입 내용의 공개 주기와 방법 등을 확정하기로 했다. 3개월마다 순매매 현황을 공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 외환시장 개입 내용을 상세히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는 다른 나라 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현지 시간) 현지에서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김 부총리는 “외환시장 개입 내용 공개와 관련된 결정을 이달 안에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이 가장 적응하기 쉬운 빈도와 방법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도 외환시장 투명성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게 부담인 만큼 최대한 이른 시점에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정부 안팎에서는 김 부총리가 이번 방미 기간에 외환시장 개입 내용 공개 문제를 둘러싼 미국 및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의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김 부총리가 19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21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등과 잇따른 면담을 하기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개입 내용 공개 방식에 대한 결론이 빨리 내려지지 않자 한국과 미국, IMF 등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3개월 혹은 그 이상의 간격을 두고 외환시장 개입 내용을 공개하되 순매수 규모만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 측은 공개 주기를 짧게 하고 순매수 규모뿐만이 아니라 매수 매도 총액을 구체적으로 공표할 것을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이나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보다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므로 시장 개입 내용을 더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한국 정부에 달러를 사고판 현황을 전부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한국 정부의 필요와 독자적 판단으로 (공개 방식과 주기를)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한국처럼 성숙한 경제와 외환시장을 가진 나라는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3개월 단위 공개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국이 가입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회원국에 외환시장 개입 내용을 3개월마다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를 준용할 가능성이 크다. 외환시장 개입 내용 공개는 TPP 가입을 위한 선결 조건이다.
다만 정부는 TPP 회원국 가운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이 예외를 인정받아 6개월마다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IMF 등의 요구를 고려해 이보다 짧은 3개월 단위로 공개하되 외환당국의 전략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순매수 내용만 공개하는 방안을 미국 등에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 부총리는 “외환시장 개입 내용 공개는 점진적으로 하면서 연착륙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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