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사상 첫 5개월 연속 하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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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전쟁-고용 부진 여파… 4월 지수 전월比 1.0p 내린 107.1
주택가격전망 8·2대책후 최대 낙폭
상가 공실률 늘고 투자수익률 악화


미중 무역전쟁 여파와 고용 부진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사상 처음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주택 매매뿐만 아니라 상가를 빌리려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내놓은 ‘2018년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3월보다 1.0포인트 내린 107.1로 집계됐다. CCSI가 5개월 연속 하락한 것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7월 이후 처음이다. CCSI가 100을 넘으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심리가 과거(2003년 1월∼2017년 12월) 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뜻인 반면 100 아래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 무역전쟁 불안감에 지갑 닫는 가계

한은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을 소비심리 위축의 가장 큰 요인으로 봤다. 세계 초강대국 간 갈등 때문에 세계 경제의 회복세에 제동이 걸리고 기업의 투자가 부진해질 수 있는 점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출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최근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고용지표가 불안한 것도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GM 사태에서 남은 과제가 많고 구조조정 관련 쟁점이 잘 해결될지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도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준 원인”이라고 말했다.

1년 후의 집값 전망을 물어본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해 8·2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3월보다 6포인트 하락한 101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8월 16포인트 하락한 이후 가장 많이 떨어진 것이다. 은행권의 대출기준이 강화되고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둔화된 점, 올해 수도권 입주 물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주택 매매에 목돈을 넣기가 부담스러워진 셈이다.

○ 빈 사무실도 늘어

사람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으면서 오피스,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 임대 시장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2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분기(1∼3월) 오피스 공실률(12.7%)은 전 분기 대비 0.82% 포인트 늘었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0.4%로 10%대로 올라섰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10%를 넘긴 건 2016년 4분기(10∼12월) 이후 1년 만이다. 지난해 1분기 3.9%였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올해 1분기 4.7%까지 올랐다.

분기별 투자수익률도 하락세다. 중대형 상가(1.72%), 소규모 상가(1.58%) 투자수익률은 각각 전 분기 대비 0.12%포인트 떨어졌다. 오피스(1.85%)의 경우 공급이 늘면서 임대료가 소폭 하락했지만 오피스 시세가 오르면서 투자수익률이 전분기보다 0.12%포인트 늘었다.

다만 한은은 소비심리 위축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낙관적인 결과가 나오면 소비심리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심리가 지난달보다는 약해졌지만 CCSI가 아직 100을 넘어 여전히 한국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중에는 4개가 하락했다. 현재 경기판단지수, 향후 경기전망지수, 가계수입전망지수, 소비지출전망지수가 1개월 전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취업 기대를 반영하는 취업기회전망지수는 3월과 같은 94를 유지했다. 임금이 얼마나 오를지 기대하는 정도를 보여주는 임금수준전망은 3월보다 1포인트 떨어진 120이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강성휘 기자
#소비심리#무역전쟁#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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