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를 품은 중국 지리(吉利)자동차의 돌풍이 거세다. 지난 25일 언론공개 행사를 시작으로 개막한 ‘2018 베이징모터쇼’ 현장에서 이 업체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리자동차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4개 브랜드가 부스를 마련해 각기 다른 매력을 갖춘 신차로 관람객을 유혹했다.
특히 지난 2010년 볼보를 인수한 지리자동차그룹은 약 8년 만에 대중적인 모델부터 친환경차와 고급차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종을 섭렵한 ‘자동차 왕국’으로 성장했다. 모터쇼에서 선보인 각 브랜드별 신차를 현장에서 직접 살펴봤다. ○ 지리, ‘콘셉트 아이콘’ 공개… 달라진 중국차 위상
먼저 모기업 브랜드인 지리자동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콘셉트 아이콘(ICON)’을 선보였다. 박스카 디자인을 갖춘 크로스오버 모델로 볼보 XC40에 적용된 CMA 플랫폼(Compact Modular Architecture)을 활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콘셉트카 디자인은 지리자동차 상하이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 주간주행등은 날렵한 띠 형태로 디자인됐고 ‘모래시계’ 모양 헤드램프가 하단에 적용됐다. 직선 위주 디자인으로 심플한 느낌을 강조하며 실내 역시 외관과 조화를 이뤄 간결하면서 직관적인 구성을 보인다. 스티어링 휠은 사각형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계기반과 센터 모니터는 디스플레이로 이뤄져 각종 정보를 제공하며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갖췄다. 가이 버고인(Guy Burgoyne) 지리자동차 디자인 총괄은 “콘셉트카는 1980년대 ‘8비트’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됐다”며 “단순하면서 간결한 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콘셉트카 양산 버전의 출시 여부와 파워트레인 및 제원 등은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자회사 링크앤코(LYNK&CO)가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는 신차를 생산할 계획으로 콘셉트카 역시 브랜드 스타일이 접목돼 신차로 양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양산차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세단 ‘보루이(博瑞) GE’를 공개했다. 볼보 기술이 적용된 3기통 1.5리터 가솔린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CT), 전기모터가 조합된 모델이다. 독특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테일램프 등 브랜드 최신 디자인이 반영됐으며 실내 구성과 마감도 꼼꼼하게 만들어졌다.
달라진 전시관 분위기도 인상적이다. 중국인 관람객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해외 기자 및 업체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모습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지리자동차 부스를 방문해 제품을 살펴봤다. ○ ‘링크앤코 02’ 공개… ‘중국도 좁다’ 해외 진출 본격화
링크앤코(LYNK&CO)는 지리와 볼보가 합작해 만든 프리미엄 브랜드다. 지리와 볼보의 중간급 모델로 라인업이 구성된다. 차량은 볼보 기술을 대거 채용해 안전성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야심작이기도 하다.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독특한 마케팅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베이징모터쇼에서 공개한 모델은 브랜드 2번째 양산 모델인 ‘링크앤코 02’다. 소형 SUV 모델로 볼보 XC40에 적용된 CMA 플랫폼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볼보 기술을 적용했지만 내·외관 디자인은 독자적인 설계로 이뤄졌다. 먼저 출시된 ‘링크앤코 01’를 닮은 모습이다. 현대자동차 코나처럼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가 구분된 디자인을 갖췄고 투톤 컬러가 적용돼 젊은 감각을 강조했다. C필러는 플로팅 디자인으로 스포티하게 꾸며졌다. 투톤 컬러 19인치 휠도 고를 수 있다. 실내 역시 브랜드 고유 디자인이 유지됐다. 10.1인치 디지털 계기반과 터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차체 크기는 길이와 너비가 각각 4448mm, 1890mm, 높이는 1528mm다. 현대차 투싼보다 덩치가 조금 작지만 폭이 넓고 높이가 낮아 보다 역동적인 비율을 갖췄다. 휠베이스는 2702mm로 투싼(2670mm)보다 길다. 파워트레인은 1.5리터 3기통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됐다.
이 모델은 내년부터 생산돼 판매될 예정이며 유럽 시장 진출까지 확정된 상태다. 해외 시장에서 팔리는 모델은 XC40 라인을 이용해 생산된다. 생산시설은 벨기에 겐트(Ghent)공장으로 정해졌다. ○ 볼보, 소형 SUV ‘XC40’ 공개… 가장 작은 프리미엄
지리자동차그룹 성장에 핵심역할을 담당한 볼보도 모터쇼에 참가했다. 메인 모델로 소형 SUV ‘XC40’을 내세웠다. XC40은 콘셉트카 디자인 요소가 그대로 이어져 매끈한 외관 디자인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헤드램프 구성과 직선이 강조된 실루엣은 XC60 및 XC90과 패밀리룩을 이룬다. 차체는 작지만 당당하고 야무진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 모델에 접목된 디자인은 향후 볼보가 선보일 40 클러스터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실내 역시 외관과 마찬가지로 브랜드 최신 구성을 따른다. 특유의 센터디스플레이가 탑재됐고 각종 버튼 모양도 최신 디자인이 적용됐다. 시트는 고급 가죽 소재로 만들어졌고 R디자인 버전은 가죽과 알칸타라가 조합된다. 안전편의사양으로는 반자율주행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를 비롯해 차선이탈방지 장치, 긴급자동제동 시스템, 어라운드 뷰 카메라 등이 적용된다. XC40 역시 CMA 플랫폼을 사용해 만들어졌으며 엔진은 T3(156마력)와 T4(190마력), T5(247마력) 등 가솔린 3종과 D3(150마력), D4(190마력) 등 디젤 2종으로 구성됐다. 변속기는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되고 3기통 모델인 T3와 D3는 6단 수동변속기가 맞물린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 버전도 라인업에 추가될 예정이다.
국내에는 올해 2분기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 판매 모델은 디젤 버전인 D4(최고출력 190마력)와 가솔린 모델 T5(247마력)가 유력하다. 가격은 4000만 원 후반대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 고향 방문 ‘폴스타 원’… 내년 中 청두서 생산
볼보로부터 독립해 전기차 전문 브랜드로 거듭난 폴스타 역시 부스를 마련했다. 첫 번째 양산 모델인 ‘폴스타 원(Polstar 1)’을 아시아 최초로 선보였다. 차량 생산은 중국 청두공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고향을 방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관은 지난 2013년 볼보가 선보인 ‘콘셉트 쿠페’ 디자인을 따른다. 여기에 볼보 최신 디자인이 더해져 세련된 느낌을 강조한다. 실내 구성도 볼보와 비슷하다. 대시보드와 기어노브, 스티어링 휠 등 주요 부품이 모두 볼보 스타일로 이뤄졌다.
플랫폼 역시 볼보 기술이 채용됐다. S90과 XC60 등에 적용된 SPA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카본파이버 소재 무게를 줄였고 주행감각을 위해 앞뒤 무게 배분도 고려했다. 엔진과 변속기, 배터리 배치를 통해 전후 48:52 비율을 구현했다. 파워트레인은 2.0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과 리어 액슬에 탑재된 전기모터 2개가 조합됐다. 합산 최고출력 600마력, 최대토크 102.0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전기모드 주행가능 거리는 최대 150km다.
폴스타 원은 내년부터 생산에 들어가 오는 2020년부터 소비자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베이징=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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