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삼성전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주요 경영진과 함께 중국 선전을 방문하면서 경영 재개를 본격화했다. 사진은 지난달 7일 이 부회장이 유럽, 캐나다 출장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입국하는 모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오전 7시 김포공항을 통해 중국 광둥성 선전으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배터리 업체 BYD 등 주요 사업 파트너 등을 만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 최고 경영진과 함께 2일 오전 중국 선전에 도착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품)부문장(사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동행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 복귀 후 사업부 최고 경영진과 동반 출장을 떠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과 서초 사옥에 비정기적으로 출근해 사업을 챙겨 왔지만 올 2월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라인 기공식, 이사회, 3월 주주총회 등 공식적인 행사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때에도 삼성 오너 경영인은 전문 경영인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경영 전반에 나서지 않았다”며 “해외 네트워크와 신성장 사업 위주로 역할을 나눠 맡는 식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중국 선전에서 BYD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왕촨푸(王傳福) 회장 등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6년 전기자동차 및 스마트폰 부품 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이 회사에 약 30억 위안(약 51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92%를 확보하고 9대 주주에 올랐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경영진이 사실상 총출동한 이번 출장을 계기로 두 회사가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장 확대에 따른 사업 협력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BYD는 2015년, 2016년 세계 전기자동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1995년 리튬이온배터리 업체로 시작해 약 20년 만에 BYD를 세계적 자동차 회사로 키운 왕 회장의 성공 스토리는 중국 내에서 유명하다. 현재 BYD가 생산하는 순수 전기버스는 미국, 유럽 등 50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 전장사업 분야 토털 솔루션 사업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는 BYD를 통해 중국 및 글로벌 전기차 시장 영향력 확대를 노릴 수 있다.
이 부회장은 BYD 외에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의 주요 기업과 연쇄 미팅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2박 3일 일정으로 선전에서 일본 오사카를 거쳐 돌아올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회사 측은 “대화 상대방이 있어서 어떤 기업을 만날 것인지, 정확한 일정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전에는 중국 정보기술(IT) 대표 기업인 화웨이, 텐센트와 드론 세계 1위 기업 DJI 등이 본사를 두고 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행보가 글로벌 협력과 신성장 사업 발굴을 키워드로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앞서 3월 말 16일간 출장으로 프랑스 파리와 캐나다 몬트리올·토론토를 방문했다. 삼성전자는 3월 말 파리에 AI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몬트리올에선 몬트리올대와 AI랩을 공동 설립해 운영 중이다. 올해 안에 토론토, 영국 케임브리지, 러시아에도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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