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빼면, 상장사 매출 5년前보다 후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일 03시 00분


한경연, 상장사 439곳 조사
운수장비-화학 등 4개 업종은 5년새 매출 6.2∼9.7% 줄어
작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업익
나머지 437개사 총합보다 많아… “한국경제 반도체 의존 심화” 지적


최근 한국 경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기업 두 곳의 경이적인 실적에 환호성을 질렀다. SK하이닉스는 1분기(1∼3월)에 매출 8조7197억 원, 영업이익 4조3673억 원을, 삼성전자는 매출 60조5600억 원, 영업이익 15조6400억 원을 각각 올렸다. 양사 매출은 1분기에만 70조 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반도체 쏠림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일 이런 우려를 반영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업종 매출이 5년 전보다 오히려 하락했다는 암울한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의 호황’의 이면에는 위험 요소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비(非)금융업 제조업 상장사 중 최근 5년간 재무자료가 남아있고 지난해 매출액 비중이 1%를 넘는 전기전자, 서비스업 등 12개 업종의 439개 기업을 조사했다. 지난해에는 전기전자, 운수장비, 유통, 화학, 전기가스, 철강금속 등 업종이 매출 상위 6개 업종에 속했다.

이들 업종의 지난해 매출을 2012년과 비교한 결과 전기전자와 유통업은 5년 전보다 지난해 매출이 각각 20.2%, 0.2%씩 늘었지만 나머지 운수장비, 화학, 전기가스, 철강금속 등 4개 업종은 6.2∼9.7%씩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등 전기전자 다음으로 매출비중이 높은 운수장비, 유통업은 영업이익이 각각 55.8%, 10.0%씩 줄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분석대상 상장사 439곳의 전체실적은 표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2012년 1064조9000억 원이던 매출 규모는 지난해 1085조4000억 원으로 올랐다. 영업이익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0조∼60조 원 사이를 오가다 지난해 95조 원으로 올라 수익성이 좋아졌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의 편중현상이다. 이들 두 기업을 빼면 나머지 437곳의 매출은 2012년 대비 지난해 오히려 2.2% 감소했다. 5년간 경제규모가 오히려 후퇴했다는 뜻이다. 영업이익을 뜯어보면 더 심각하다. 2012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합은 17조9000억 원으로 나머지 437개 기업(36조8000억 원)의 약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두 기업이 거둔 영업이익은 48조2000억 원. 나머지 기업들의 총합(46조8000억 원)을 넘어섰다. 단 2개 기업에 국가경제의 절반 이상을 의존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쯤 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는 소리가 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상법개정안 등 삼성 등 대기업을 견제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국가경제는 대기업과 소수 산업에 의존하면서 이들에 적대적인 정책을 내놓은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행보에 쓴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기업을 견제하기보다는 약한 산업과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내놓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일자리 창출 여력이 있는 주력 업종들의 매출이 줄었다는 것은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삼성전자#sk하이닉스#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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