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토털 관리업체 BnBK 권성호 대표는 “골프산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골프장도 차별화와 경쟁력이 생존을 좌우하는 시기가
됐다”며 전문가 집단이 골프 코스와 부대시설을 관리 및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강원 춘천시에 위치한
스프링베일골프클럽에서 권 대표가 잔디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BnBK 제공
“국내 골프장도 차별화와 경쟁력이 생존을 좌우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골프장 토털 관리업체 BnBK의 권성호 대표(48)는 지난달 30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국내 골프산업은 성장기의 정점에 도달했고, 이제 혹독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시련기에 들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국내 골프산업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골프인구는 2015년 399만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377만 명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골프장 수는 지난해 말 521곳에서 올해 말 537곳으로 오히려 16곳이 늘어날 예정이다. 경영실적도 좋지 않다. 회원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2017년에 전년보다 1.0%포인트 감소했고 올해는 감소폭(―2.0%포인트)을 더 키울 것으로 분석됐다. 그나마 대중골프장이 선전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8.5%에서 올해는 26.0%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권 대표가 찾아낸 해법은 ‘그린 상태가 좋고 음식은 맛있으면서 이용료는 싼 골프장’이다. 그는 2016년 말 위탁운영을 맡았던 강원 춘천시 ‘스프링베일골프클럽’에 이를 적용해 지난해 매출을 40% 가까이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위해 캐디 없는 셀프라운딩, 인터넷 예약회원에 대한 차등 할인요금제, 직영 식당 등을 도입했다. 권 대표는 “무엇보다 골프장 코스 관리에 공을 들이면서 싸고 좋다는 입소문이 났다”며 “주거래은행에서 위탁경영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경북 의성군에서 태어난 그는 야구선수가 꿈이었던 과수원집 맏이였다. 하지만 운명처럼 골프와 인연을 맺게 됐다. 국립 안동대 원예육종학과를 졸업한 1995년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서 운영하는 잔디연구소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골프장 관리전문가(그린 키퍼)라는 직업을 처음 접했다. “운동을 좋아했기에 골프에 관심이 생겼고, 빠르게 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1996년 개장한 지 1년밖에 안된 신생 골프장이던 경기 포천시 ‘일동레이크’로 자리를 옮기면서 골프장 운영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고 익혔다. “10년가량 근무하며 국내외 골프장을 찾아다니면서 공부했고, 골프시장의 가능성에 눈떴습니다.” 골프 코스 관리의 핵심이 잔디에 있다는 생각에 잔디를 주제로 석사 학위를 딴 데 이어 박사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2007년 설립된 BnBK는 골프장 코스 관리부터 경기 운영, 식음료, 부대시설 통합관리, 전문인력 공급, 재무 자문에 이르기까지 골프장 경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업무를 원스톱으로 해결해준다. 회사는 10년이 지난 현재 직원 200명을 훌쩍 넘어섰다. 매출(2017년)도 25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위탁받아 운영하는 골프장도 10여 개에 달한다. 권 대표는 “처음에 10년 뒤엔 코스닥에 상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아직 그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국내에서 골프장 토털 위탁 운영업체는 BnBK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정도로 초기 단계다. 골프장이 대부분 대기업 소유여서 자체 계열사를 두고 운영되거나 오너가 스스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지에선 이미 보편화된 방식이다. 최근 들어 회원제 골프장이 빠르게 대중골프장으로 바뀌면서 차별화 경쟁이 불가피해지는 등 국내 골프장 산업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골프장 운영에 대한 첨단 기술과 노하우를 갖춘 전문기업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권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9홀 골프장 위탁운영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언젠가는 미국 일본에서처럼 위탁경영에 머물지 않고 BnBK 소유의 프랜차이즈 골프장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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