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 혐의가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 해임을 권고하는 중징계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혁 성향의 금융경제학자인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70·사진)이 공식 취임하기 이틀 전에 금융당국이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함에 따라 재벌개혁에 초점을 둔 정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은 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한 감리 결과를 금융위원회에 보고했다. 윤 원장이 8일 취임 직후 맞닥뜨릴 최대 현안도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처리 문제다. 금융위는 이달 17일 감리위원회를 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금감원 특별감리 결과가 공개된 뒤 주가 폭락 등 시장 혼란이 계속되는 점을 감안해 신속하게 일정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중징계 방안을 마련한 것은 회계처리 변경 과정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표 해임 권고 및 검찰 고발, 60억 원의 과징금 부과 등의 초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징계안이 이대로 확정되면 단일 기업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부과받은 과징금 45억4500만 원보다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
금융계에서는 윤 원장이 평소 재벌개혁 필요성을 언급해 온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해서도 강력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원장은 언론을 통해 “굵직한 금융회사는 다 재벌이 갖고 있는데 재벌은 먼저 나서진 않고 문제가 생긴 뒤 필요하면 도와달라고 한다”고 지적해왔다.
아울러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에 대한 처리는 윤 원장의 금융개혁 의지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3일 삼성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마친 금감원이 이번 주 검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어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주식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사안의 심각성과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을 고려할 때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특히 신임 윤 원장이 지난해 12월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을 맡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주도했던 만큼 이번에도 고강도 제재를 예측하는 전망이 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문제도 압박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비판했고, 기업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도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를 감안하면 금융사가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사들여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은산분리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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