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게이트 입구에 가볍게 터치하며 점포에 들어선다. 점포에 점원은 없다. 그 대신 인공지능(AI) 스피커에 콜라가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 천장의 폐쇄회로(CC)TV가 콜라를 집는 고객의 모습을 감지한다. 출구 게이트에 스마트폰을 태깅한다. 결제가 진행됨과 동시에 문이 열린다.
이는 올해 3월 ‘세계 보안 엑스포 2018’에서 SK텔레콤과 보안전문 손자회사 NSOK가 선보인 무인점포를 위한 보안 서비스다. 보안은 무인점포의 주요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이처럼 진화하는 보안 시장에 SK텔레콤이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8일 예정된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함께 보안업계 2위 ADT캡스 지분 100%를 칼라일그룹으로부터 인수하는 구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인수금액은 약 3조 원 수준으로 올 한 해 성사된 인수합병(M&A) 중 규모가 가장 크다.
SK텔레콤은 2013년에도 ADT캡스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 의향을 보인 바 있다. 당시에는 가격 등의 이유로 무산됐고, 이듬해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보안업체 NSOK를 사들였다. 2016년에도 ADT캡스 매각이 진행됐을 때 SK텔레콤이 참여했었다. 이번 인수전까지 포함하면 ‘삼수’ 끝에 인수에 성공한 셈이다.
ADT캡스(시장점유율 30%) 인수가 마무리되면 NSOK와 통합돼 업계 1위(50%)인 에스원을 위협하고 3위인 KT텔레캅(15%)과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는 기본적으로 이동통신 사업 중심의 사업구조를 탈피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중장기적으로 무인점포처럼 ‘인공지능이 관제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SK텔레콤은 4일 콘퍼런스콜에서도 “보안 사업이 연 8%대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1인 및 고령가구 증가와 글로벌 대비 낮은 보급률로 성장성이 높을 것이라 판단했다”면서 “누구, 스마트홈, 인터넷TV(IPTV)와 연계해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DT캡스는 최근 5년간(2014∼2018년) 매출의 예상 연평균 성장률(CAGR) 5.4%,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해 정체된 SK텔레콤의 성장을 견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과거에는 출동경비 같은 물리적인 보안이 산업의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IoT와 CCTV를 활용한 침입 감지 서비스 등으로 외연이 넓어지면서 시장이 확장되고 있는 점도 기회 요인이다.
SK텔레콤이 지난해 9월 NSOK 등 계열사들과 구성한 태스크포스(TF)에서 발표한 ‘시큐리티 4.0’에서도 이번 인수에 깔린 전략을 찾아볼 수 있다. 시큐리티 4.0이란 물리 보안에 IoT,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인공지능 관제’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SK텔레콤의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 기술을 토대로 딥러닝 기반 스마트 침입탐지 기술을 개발하는 등 센서의 오작동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식으로 보안 산업의 가격 파괴를 이끌어낼 수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 기반의 CCTV와 보안 로봇으로 매장 보안을 강화하고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맞춤형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미래형 매장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들 모두 일정 수준의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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