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비상 시 보유 외환을 서로 빌려주는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밝혔다. 최근 미국의 국채금리 인상에 따라 아시아 시장에 머물던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우려가 커지자 금융 위기를 막는 안전장치로 통화스와프를 확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4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이 경제협력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치적 이유로 통화스와프 협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때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이 한창이었지만 정치적 논의를 배제했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2001년 7월 처음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뒤 2011년 11월 700억 달러까지 규모를 늘렸지만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계약을 잇달아 종료한 결과 2015년 2월 양국 간 협정이 완전히 중단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중국, 캐나다, 스위스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하거나 추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 통화스와프가 2010년 종료된 만큼 기축통화국과의 스와프를 최대한 늘릴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많았다.
이 총재는 금리 수준과 관련해 “우리 경제가 3% 성장을 유지하고 물가상승률도 2%대에 수렴하는데도 금리를 그대로 끌고 가면 금융 불균형이 커진다”며 “금리는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여건 호전을 전제로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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